시한부종말론 등 이단신앙 침투|천주교 대책마련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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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들어 기독교계에 시한부종말론·이단 성령운동 등의 왜곡된 신앙행태가 만연함에 따라 이에 대해 비교적 초연한 입장을 보여오던 카톨릭 측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카톨릭교계 측은 최근 이단성령운동을 펴던 한 지역본당의 사제와 신도들에게 대기 및 신자자격박탈 등의 중징계를 내린데 이어 시한부종말론 등의 이단적 신앙에 현혹되기 쉬운 평신도·수도자들을 대상으로 월례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성에 바탕을 둔 믿음과 양식의 신학을 강조하면서 적어도 개신교계 일부에서 이루어지는 이단 신앙과는 무관하게 생각해오던 카톨릭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그만큼 안팎의 이단운동에 천주교 측이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는 현상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이병호주교)는 지난 14일 교구비상사제총회를 열어 시한부종말론 등의 이단성령운동을 벌여온 김제 수류본당 문선구 신부를 대기발령하는 동시에 그에게 적극 동조해온 신자 3명의 신자자격을 박탈했다. 징계이유는 문신부가 사제서품 후 수류본당에 부임한 88년부터「철야기도」「다락방모임」등의 모임을 열어「성령은사」「치유」「방언」「계시」「예언」등 천주교정통신앙이 금기시하는 이단성령운동을 펼치는 한편, 미사강론을 통해『7년4개월 후에는 종말이 온다』는 등의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했다는 것.
그 동안 문신부가 주관한 매월 첫 토요일의 기도모임에는 전국에서 적게는 수백명, 많을 때는 3천명씩이 모여드는 성황을 이뤘으며 지난달 6일 이기도모임에 참석했던 50여명의 신자들이「영적 결사대」란 이름으로 교구 카톨릭센터를 점거, 단식농성을 벌인 것을 계기로 이 같은 긴급징계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화 전주교구장은 발표문을 통해『이번 사태는 종교계일반이 빠져들기 쉬운 어떤 병리적 현상의 표출이며 건전하고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외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해 큰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징계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있다.
한편 천주교 서울교구에서는 최근 사회 일반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시한부 종말론에 적극 대처한다는 의미에서 성령쇄신 봉사회 전담사제인 이범주 신부가 중심이 돼 평신도·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말론에 관한 연속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1회씩 열리게 될 이 세미나는 주로 천주교 밖에서 일고있는 시한부종말론의 내용분석과 함께 그 비 성서적 성격과 허구성을 폭로하는 일에 주안이 두어질 전망이다. 평신도 대상세미나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2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수도자대상세미나는 매월 셋째주 월요일 오전10시부터 2시간 동안 실시되는데 이미 지난달 11일에 열렸던 제1회 평신도대상 세미나에는 예상을 훨씬 넘는 4백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종말론에 대한교계일반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현재 시중에서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하고 있는 단체는「다미선교회」「다베라선교회」등 20여 개가 넘으며 주요서점에는 종말론과 관련한 책자들이 수십 종씩 나도는 등 정통교단이 이단시하는 신비운동이 극성을 보이고있다. 이들 시한부종말론의 주된 내용은『92년 10월28일 예수의 공중재림과 성도들의 준거(공중으로 들러 올라감)가 일어난다』는 것. 이들은『올 10월28일24시 예수가 공중재림하고 지상최대의 인간실종(휴거)사건이 발생할 것이며 이 때 휴거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인침(일종의 천국행보증표)을 받아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민들을 현혹하고있다.
대부분 계시체험을 내세운 이 같은 시한부종말론의 성행에 대해 고려대 노길명 교수(사회학)는『현실에 좌절한 사람이나 심약한 여성들이 이들의 주장에 쉽게 빠져든다』며『일부에서는 여기에 현혹돼 무단 가출하거나 가족 몰래 재산을 모두 헌납, 가정파탄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고 듣고 있으나 종말을 위협이나 심판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과 완성이라는 희망의 표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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