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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불발 쿠데타/3백여명 사상설/페레스정권 전복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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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궁서 총격전… 주동자 체포
【카라카스 AP·AFP=연합】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4개 도시에서 4일 새벽 반란군이 기관총과 박격포 및 전차를 동원,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정부의 전복을 시도했으나 쿠데타 시도는 10여시간만에 좌절되고 주동자들이 체포됐다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날 발표했다.
엘 나쇼날지는 반군과 정부군간의 충돌로 쌍방의 군인 14명이 사망하고 3백명의 장병이 체포됐다고 보도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경찰 당국자들은 3백명이상이 사망 또는 부상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도 오초아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군이 반란을 완전히 진압했으며 나라가 정상상태를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데타 시도는 한밤중 반란군이 기관총과 박격포를 쏘며 대통령궁에 진입함으로써 시작됐으며 베네수엘라 제2의 도시인 마라카이보에서는 주지사가 10시간동안 반군에 잡혀 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페레스 대통령 측근인 데이비드 모랄레스 벨로 상원의원은 의회에서 대통령궁 공격당시 대통령경호원 3명이 사망했다고 말했으며 엘 나쇼날지는 페레스 대통령이 한 보좌관과 함께 탈출,한 사설방송국에 피신해 방송을 했다고 보도했다.
페레스 대통령은 이어 여러차례에 걸친 TV연설을 통해 일단의 병력이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말하고 쿠데타발생 6시간후 대통령궁에서 쿠데타시도가 분쇄됐다고 말했다.
오초아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카라카스와 마라카이·발렌시아·마라카이보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들이 쿠데타에 참가했으나 모든 반란군이 이날 오후 투항했으며 전원 중령인 4명의 반군지도자들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라디오 방송은 4일 오후까지 마라카이보의 일부지역이 반군들의 점령아래에 있다고 보도했다.
◎배고픔·군부불만 “연쇄폭발”/시민 호응없고 외국서도 강력하게 비난(해설)
4일 군부쿠데타가 발생,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사태는 남미국가중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최근 수십년간 평정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또다른 이변으로 지목될 것 같다.
남미대륙 북단에 위치,카리브해에 면한 이 산유국은 지난 58년 민군합동저항세력이 독재자 마르코스 페레스 지메네스장군을 축출한 이래,88년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현대통령 집권직후 전국적인 폭동이 발생하기까지 30년간 좌파인 사회민주당과 우파인 기독사회당이 번갈아 집권해온 절묘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이후에도 최근까지 비교적 평온한 정정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공수부대 쿠데타의 요인으로는 우선 페레스 현정권의 실정,특히 경제부문의 실정이 지적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중에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석유생산이 풍부한 국가이면서도 페레스 대통령의 경제재건시책은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켜왔으며 특히 실업자의 급증을 초래해 이같은 악순환으로 국민의 절반가량이 하루 한끼밖에 먹지못하는등 불만이 고조돼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몇개월동안에 걸쳐 의사·법률종사자·교사 등 화이트칼러계층들의 잇따른 파업으로 사회전반에 걸쳐 불안이 증폭돼온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군부쿠데타는 무엇보다도 베네수엘라군부내에 극도로 팽배된 불만이 기폭제가 돼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페레스 대통령이 유럽을 공식순방중이던 지난달말,군부소식통은 일부 소장장교그룹들이 군부의 구매계획축소에 불만을 갖고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통은 정부가 군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관심을 두지않고 팽개쳐둔데 대해 군이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기구입과 베네수엘라 해군의 프리깃함 3척 수리건과 관련된 뇌물수수사건을 놓고 군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쿠데타의 작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분석가들은 군부내 국수주의그룹들이 최근 페레스 대통령과 세자르 가비리아 콜롬비아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해상국경선협상에 불만을 품은 것도 쿠데타의 한 요인으로 꼽고있다.
국수주의그룹들은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문제의 만은 예전처럼 당연히 베네수엘라에 귀속돼야함에도 불구,페레스 대통령이 양보를 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게 현지의 상황과 주변의 분위기다.
우선 여러가지 요인에도 불구,쿠데타에 대한 호응이 약한 것이다.
쿠데타발생후 베네수엘라 야당인 기독사회당의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스 당수는 『민주사회에서 문제해결은 총탄이 아닌 투표로 이뤄야한다』고 천명,쿠데타세력을 비난하고 이들을 비호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공동체(EC) 등이 쿠데타직후 성명을 발표,페레스 현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확고히 함으로써 대외적으로도 설득력을 얻지못하고 있다.
특히 이웃 중남미 16개국 지도자들이 쿠데타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 이들 세력이 고립무원의 처지인 것도 쿠데타 실패를 확정짓는 여건들이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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