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쓴 컴퓨터 입문서|이기성저『컴퓨터는 깡통이다』|강창래<바다저작권회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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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에는 비교적 전문적인 잡지에서나 다루던 컴퓨터를 이제는 일간 신문이나 시사 잡지에서도 지면을 나누어서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싣는다.
『이제 곧 전화 대수만큼 컴퓨터가 보급됩니다. 컴퓨터를 모르면 문맹이 되는 것이나 같아요. 컴퓨터를 배워둡시다. 지금 당장이라도 컴퓨터를 사용하면 업무능률이 혁신적으로 향상됩니다』등 결국 똑같은 결론들이다.
컴퓨터업계(청계천이나 용산)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사려는 사람들이 홍수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하도 여기저기서 컴퓨터컴퓨터 하니까 다들 위기의식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개인용 컴퓨터의 경우 사놓고 못쓰는 사람이 많다. 아니, 한때 286(AT)이다 하니까 XT를 가지고있던 사람들마저 2%으로 바꿔놓고 의욕적으로 배워보려다 실패하고 만다. 싼XT를 쓸 때나 다를 바가 없다. 겨우 겨우 글틀(워드프로세서)을 쓴다. 글틀 만으로 쓸 양이면 오히려 전문 글틀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사실 286정도면 자료를(데이타 베이스)이나 컴퓨터 통신 등에서도 훌륭하게 사용될 수 있는 컴퓨터다. 물론 훨씬 더 많은 기능이 있지만 최소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들이『컴퓨터는 어렵더라. 컴퓨터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컴퓨터 책도 어렵더라. 도대체 읽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사실 글 틀만 사용 하려거나 혹은 자료 틀이나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는데도 DOS라는 영어 투성이의 책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거칠게 말해 몇 개의 명령어와 자기가 정리하고 찾아볼 수 있는 개념 몇 가지만 알아도 컴퓨터를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대개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DOS나 BASIC을 배우기를 권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필자도 그 희생자중의 한사람이 다. 지금은 하나도 기억을 못하는Fortran, BASIC등·컴퓨터 언어를 두개나 배웠고, 두꺼운 DOS책을 들고 뭣에 쓰이는 지도 모를 많은 명령어를 공부했다. 게다가 막상 컴퓨터를 사면 가게에서 많은 것을 구걸하듯이 배워야 하는데 그 내용들은 어느 컴퓨터 책에도 없다.
소문을 듣고, 여기저기서 주워 듣고서야 하나씩 알게된다. 그런데 그런 내용들이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정말 없어서는 안될 것들이다. 오히려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서점을 둘러보면 꼭 알고싶은 내용의 책은 없다. 소문이 들려올 때까지 기다리든지,「개인 컴도사」들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컴퓨터를 사는 이유는 글 틀이나 자료 틀로만 사용하는 기계들보다 훨씬 큰 확장성(사용가능성)에 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 확장성에 도전을 하려면 우선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한다.
그것도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대해 우선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그 동안 없었다. 아니, 말을 바꾸는 것이 좋을듯하다.
우리의 컴퓨터에 대해서 친근하고 쉽게 설명해 주는 컴퓨터 책이 없었다. 한편으로 보면 그 동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어디에선가는 다 이야기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처럼 컴퓨터 초보자에 게 자상하고 재미있게(졸거나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눈물겨운 노력을 하면서)필요한 것들만 모아 쓴 것이 없었다. 대개가 번역 서들이거나 전문가들이 쓴「못 알아들어도 난 모른다」하는 식의 딱딱한 내용이 많았다.
그 동안 만화로 그려진 것도 많았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만화자체만으로 쉬워진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냥 그림이 그려져 있고 딱딱한 책에서와 같은 말들만 하고 있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제 컴퓨터는 전처럼 알만한 사람들만 알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현대 혹은 미래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화를 쓸 줄 아는 것처럼 다들 쓸 줄 알아야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너희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준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어떻게 컴퓨터 책에만 한정이 되어있을까.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어려운 내용의 책을 쉽고 재미있게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많은 독자들은 기억하시리라.
『컴퓨터는 깡통이다』는 우리 사회에서 컴퓨터가 이제 더 이상 전문가나 호사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충분히 확산된, 혹은 확산되어야만 할 것임을 확실하게 증명해준 책이다.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순전히 컴퓨터를 배우고 싶었는데 어려워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쉽게 풀어 쓴 첫번째 책이다.『컴퓨터는 깡통이다』는 독자들을 위해 겸허한 자세로 만들었고 그 뜻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된 책으로,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컴퓨터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책 중에서 독자들에 의해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진 첫번째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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