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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스캔들(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영어의 스캔들(scandal)에는 추문과 의옥의 두가지 뜻이 있다. 추문은 「아름답지 못한 소문」이고,의옥은 「범죄혐의로 심리를 받고 있는 사건」을 말하는데 주로 대규모의 증수뢰사건이 이에 해당한다고 되어있다.
추문이든,의옥이든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다. 스캔들은 그 자체가 돈문제와 섹스문제로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적인 금전거래나 남녀관계를 스캔들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스캔들에 오르는 금전거래나 남녀관계는 백이면 백 모두가 옳지 못하거나,떳떳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돈문제가 관련된 경우의 스캔들과 섹스문제가 관련된 경우의 스캔들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돈문제가 관련된 경우의 스캔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고 매도돼 마땅하지만 섹스문제가 관련된 경우의 스캔들은 사안에 따라 옹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문제 스캔들에는 옹호의 여지가 있다는 시각은 두가지 배경을 두고 있다. 그 하나는 남녀간의 성문제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측면에서 보호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다른 하나는 사회변화에 따라 성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달라져 성개방풍조마저 만연해가고 있는데 사소한 성문제가 사람을 망치게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성문제 스캔들은 여러 사람의 운명을 망치는데 적잖이 기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5공때까지의 정보정치가 몇몇 야당 정치인들의 감춰진 여자관계를 들춰내 매장시키는데 이용됐고,84년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에 나섰던 게리 하트는 여자문제가 폭로되는 바람에 결국 후보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미국에서는 또다시 섹스 스캔들이 정가를 무섭게 강타하고 있다. 오는 2월18일 대통령후보를 뽑는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가장 유망한 민주당 후보로 각광받고 있는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가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시련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성개방 풍조의 상징처럼 꼽히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하찮은 성관계가 한사람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유럽쪽의 반응이 또 재미있다. 『이제 미국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테레사수녀와 같은 도덕적 순결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야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속언처럼 역시 배꼽아래 이야기는 점잖지 못하다.<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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