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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산행을 허락하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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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원정대의 성공과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라마제 도중 제물로 바친 쌀을 대원들이 공중에 뿌리고 있다. [로체=김춘식 기자]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부터 본격 등정이다.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해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2007 한국 로체.로체샤르 남벽 원정대(대장 엄홍길)가 2일(한국시간) 해발 5220m의 베이스캠프에서 라마제(祭)를 마치고 등정 준비를 끝냈다.

애초 예정(5100m)보다 120m 더 높은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원정대는 12일께 5900m 지점에 캠프 1을 설치할 예정이다. 현지 날씨는 쾌청한 편이다. 날씨가 도와줘 예정대로 캠프 구축이 진행될 경우 5월 중순께 정상 등정을 시도하게 된다.

원정대의 성공과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라마제는 로체봉(8516m)이 바로 보이는 베이스캠프에서 열렸다. 제단은 네팔의 제사 음식과 원정대가 가져온 음식들로 채워졌다. 부처의 사진과 다다르(달라이 라마를 상징하는 조형물), 도르마(산양을 형상화한 음식), 잠바(약과의 일종)를 놓았고, 제단 윗부분에는 대원들의 등반 장비를 빙 둘러놓았다. 대원의 헬멧에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믿습니2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라마제를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5시간 거리인 팡보체 사원에서 초빙된 밍마 도르지가 라마제를 집전했다. 밍마는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20여 분간 경전을 읊었다. 제가 진행되는 동안 대원들은 말이 없었다. 대원들의 표정과 선글라스에 비친 로체의 형상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 셰르파가 대원들에게 쌀을 조금씩 나눠줬다. 독경이 잠시 그친 사이 셰르파들의 함성과 함께 대원들이 쌀을 제단에 뿌렸다. 숙연했던 분위기는 엄홍길(47.트렉스타) 대장이 대원들의 얼굴에 밀가루를 뿌리면서 풀렸다. 셰르파들도 자기네끼리 얼굴에 밀가루를 뿌리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라마제의 마지막은 2003년 엄홍길 대장과 함께 로체샤르를 등반하다 사고를 당한 박주훈.황선덕 대원의 영혼을 달래는 묵념이었다.

엄홍길 대장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며 "'도전, 인간 한계를 넘어'라고 정한 이번 등반의 기치가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로체 남벽과 로체샤르 남벽을 차례로 오르는 이번 원정대는 신한은행과 ㈜트렉스타가 협찬하고, KT가 후원한다.

로체=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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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Lama)제=히말라야 원정대들이 본격적인 등반에 앞서 베이스캠프에서 등반 성공과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산신에게 올리는 티베트 고유의 제사의식이다. 네팔 쪽에서 오를 때는 라마제를 지내지만 파키스탄 쪽에서는 지내지 않는다. 라마(티베트 불교 승려)가 의식을 진행해 라마제라 부르며 셰르파에게 라마제는 등반 전 필수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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