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장에 “새바람” 불었다/증시개방 한달(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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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계중심 3천여억 유입/특정종목 선호 「양극화」 뚜렷
주식시장이 개방된지 한달이 지났다. 전반적으로 「사자」위주였던 외국인들의 투자움직임은 침체된 증시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작년 12월 폐장일에 6백10.92였던 종합주가지수는 1월31일 6백80.51로 올라 작년말대비 11.89%가 상승했다. 그러나 이미 투자한도를 넘어선 종목의 주식(쌍용정유)을 외국인이 사들이고,증권전산 공동온라인망이 한달사이 다섯차례나 장애를 일으켜 주식거래가 중단되는등 허점을 보이기도 했다.
○…1월중 외국인이 국내 주식매입을 위해 들여온 자금은 3천2백75억원으로 4억달러가 넘었다. 외국인들은 3천1백58억원어치(1천4백20만주)를 사고 4백49억원어치(2백27만주)를 팔아치웠다. 따라서 이들이 사들인 주식에서 팔아치운 것을 뺀 순주식매수금액은 2천7백9억원으로 상당히 적극적인 「사자」전략을 펴온 것으로 증권감독원은 풀이했다. 이같은 순매수금액은 전체 매수대금의 3.8% 수준이다.
○…증권감독원은 당초 올해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규모를 1조5천억원 정도로 잡았으나,그 첫달에 3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와 상당한 개방효과를 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1월31일 외국정부와 연·기금에도 투자가 허용돼 미국계 연금이 투자등록을 마쳤고 쿠웨이트정부도 등록준비를 하고 있어 외국인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리란 전망이다.
또 해외증권 발행등으로 이미 외국인투자한도(10%)를 넘어선 일부 종목들도 당국이 발행주식총수의 25%까지 확대해주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했던 외국인투자자금 유입은 무난할 것으로 증권감독원은 전망하고 있다.
○…1월말 현재 투자등록을 마친 외국인은 7백16명으로 1월중에 1백51명이 늘어났다. 개인이 4백76명,은행·증권사·투자회사 등 기관이 2백40명이다.
지금까지의 외국인유입자금은 일부 중동계 오일 머니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영국계 자금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뉴질랜드·말레이시아·룩셈부르크의 순이다. 미국계 연금도 투자등록을 해 이제 어느 정도나 들어올지,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일본계 자본의 유입이 언제쯤 시작될지가 관심거리다.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자 「외국인 선호종목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외국인들이 어떤 주식을 사느냐가 관심거리다. 또 그에 따라 주가가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전에 국내 주가는 증권·은행·대형제조주 등 인기도와 업종에 따라 오르내림이 거듭되고 「휩쓸리기 매매」가 많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가격에 관계없이 어느 기업이 우량하다고 여기면 사려 들었다. 외국인들은 전체 8백50여개의 상장종목중 1백개 정도를 샀는데 기업의 내재가치를 고려,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주식을 골라 사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들이 주로 산 종목은 주가수익비율이 시장평균 수준보다 낮았고(이른바 저PER 혁명현상),작년 매출액과 경상이익 등 실적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국제경쟁력이 약화된 수출위주 기업보다는 음식료·비금속 광물·조립금속·백화점업 등 내수중심의 안정적인 기업이 주된 투자의 과녁이었다.
○…이같은 외국인의 투자결과 같은 업종안에서도 종목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고 있다. 「오르는 종목은 계속 오르고,떨어지는 종목은 계속 미끄러지는」 주가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매입으로 벌써 투자한도 10%가 차버린 종목이 한국이동통신·롯데제과·백양 등 새로 8개나 늘어나 외국인들이 현단계에서 더이상 장내거래를 통해 주식을 살 수 없는 종목이 70개가 됐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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