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FTA] 개성공단, 관세인하 길 열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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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Q: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에 많은 양보를 해 의료비가 폭등할 수 있다는데.

"미국 제약회사가 특허권을 가진 약을 한국 회사가 복제하기 어렵게 돼 비싼 미국 약을 그대로 써야 하게 됐다. 이로 인한 의료비 상승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예컨대 현재 혈압약 시장의 50% 정도를 점하고 있는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보자.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파는 가격은 한 알에 524원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은 300~400원이다. 미국 제약사 특허가 연장되면 복제약을 쓸 수 없게 돼 한 알당 250원이 비싼 노바스크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Q:미국의 특허권을 인정해줘 국내 제약사는 줄도산할 거라는데.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대형사는 오히려 특허권이 강화돼 이익을 본다. 다만 미국 약을 복제해 팔아온 영세 제약사는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Q:개성공단 생산품은 결국 한국산 인정을 못 받은 게 아닌가.

"이번 협정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할 수 있는 여지를 협정문에 넣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 내 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해 거기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Q:투자자 대 국가 간 제소를 허용해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데.

"투자자 대 국가 간 제소는 세계 2500여 개 투자협정에서 다 인정하는 제도다. 더욱이 제소는 미국 기업만 가능한 게 아니고 한국 기업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공중보건.환경.안전.부동산 대책 등은 소송 대상에서 제외해 이 제도로 인해 정부 정책이 무력화되는 일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Q:미국의 거대 투기자본이 갑자기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면 시장에 큰 혼란이 생길 텐데.

"이를 막기 위해 급격한 외화 유출이 일어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했다. 따라서 투기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또 국책은행은 서민.농민.중소기업 지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관은 이번 협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Q:한국엔 없지만 미국엔 있는 신 금융서비스가 허용되면 혼란이 생기지 않겠나.

"미국 금융회사의 한국 내 현지법인과 지점을 통해서만 이런 서비스가 허용되고 인터넷 등 통신수단을 이용한 국경 간 거래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 금융당국이 우리 금융회사에도 허용할 신 금융상품과 서비스만 미국에 허용할 것이기 때문에 혼란은 없을 것이다."

Q:서비스업 개방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대거 몰락할 것이라는데.

"영세사업자가 많은 음식업, 세탁업, 미용업 등은 이미 상당 부분 개방돼 있다. 이 때문에 영세업자에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Q:의사.수의사 등 전문직 자격을 서로 인정하는 문제는 빠졌나.

"FTA 발효 후 작업반을 설치해 1년 안에 논의를 시작하고 2년 안에 그 결과를 공동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검토할 대상은 엔지니어링, 건축설계, 수의사 등 3개 직종인데 앞으로 검토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Q:온라인 콘텐트의 무(無)관세화를 통해 미국 문화 콘텐트의 국내 유입이 더욱 늘어나지 않겠나.

"관세를 적용하다가 없애는 게 아니고 이미 우리가 적용해 온 무관세 관행을 지속하는 것일 뿐이어서 미국의 콘텐트 유입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프라인으로 배송되는 디지털 제품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함에 따라 미국산 디지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그것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CD.DVD와 같은 일부 제품에 한할 뿐이다."

Q:저작권의 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해 70년으로 한 것은 지나치지 않나.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인정한 국가는 70여 개국에 이를 정도로 국제적 추세다. 이번 협상에선 보호기간을 연장하되 협정문 발효 후 2년 후부터 적용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Q:저작권 보호 기간이 길어지면 어떤 작가의 작품이 보호받게 되나.

"사망한 지 50년이 안 된 작가들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노인과 바다' 등을 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분노의 포도''에덴의 동쪽'의 존 스타인벡, '자동차 도둑'의 윌리엄 포크너, '대지'의 펄 벅 등이 저작권 보호 연장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이들의 저서는 로열티를 계속 물게 돼 값이 싸지기 않을 전망이다."

정경민.김준현 기자

원산지 예외 쿼터(TPL.Tariff preference levels)=섬유와 의류 등에서 국내의 원료 공급이 부족해 제3국의 수입 원사 등을 사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국산 원사를 이용해야 해당국 상품으로 인정한다'는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원료 부족 등을 감안해 원사 규정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특정 물량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는 제도다. 관세특혜할당제도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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