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FTA] 민주당 보호주의 경향 합의안 수정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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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타결된 한.미 FTA가 발효되려면 미 의회라는 험준한 '산'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 수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개방에 더욱 부정적인 입장이 됐다.

미국은 2000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는 FTA 체결에 인색했다. 1985년 특수관계인 이스라엘과 맺은 FTA, 그리고 88년 인접국인 캐나다와 FTA를 체결한 뒤 94년 여기에 멕시코를 넣어 출범시킨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가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자유무역 신봉자인 부시가 등장한 이후 상황이 확 변했다.

미국은 부시의 주도 아래 자유무역 확대에 주력, 호주.칠레.싱가포르 등 7개국과 FTA를 맺었다. 또 한국을 포함, 현재 태국.인도네시아.쿠웨이트.페루 등 15개국과의 FTA 체결 또는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 개방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노동자 권익에 민감한 민주당 내 보호주의 경향은 더 짙어졌다. FTA 확대로 값싼 수입품이 밀려오면서 미 기업들이 도산, 실업자들이 양산됐다고 민주당이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같은 성향은 의회 표결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93년 NAFTA 비준 때에는 102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이, 99년 중국과의 무역 정상화 안건 때는 10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2005년 '중.미 자유무역협정(CAFTA)' 찬반 투표 때는 불과 15명만이 찬성했다. 민주당은 이번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 까다롭게 굴 공산이 크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소속 찰스 랭글 하원 세출위원장과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이 성명을 내고 "한.미 FTA에 대한 의회의 검토가 노동.환경.지적재산권 등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혀 협상 내용을 수정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럴 경우 한국 측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자칫 FTA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 NAFTA=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개국이 모여 만든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이 역대 체결한 것 중 최대 규모다. 1994년 발효될 당시 인구 3억6000만 명, 총 GDP 6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블록으로 유럽연합(EU)과 비슷한 규모를 자랑했다. EU 출범에 따른 유럽 경제의 결속 강화와 일본 경제의 부상으로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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