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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O&A - 땀 많이 흘려 불편한데...

중앙일보

입력


강박적·소심한 성격에 다한증 많아 가급적 육류
·자극적인 음식 피해야

Q: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조금만 긴장해도 땀을 많이 흘립니다. 볼펜을 쥘 때도 흘린 땀이 노트를 적실 정도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손잡이에 땀이 묻거나, 겨드랑이에서 땀냄새가 많이 나고, 면양말을 신어도 발이 땀에 젖어 불편이 큽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땀을 병적으로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를 만질 때도 땀이 나고, 키보드에 땀이 떨어져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렵고, 시험지가 땀에 젖어 손수건으로 손을 감고 시험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땀은 인체의 체온을 유지·보존하기 위한 생리현상입니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위험신호의 하나로 땀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리면 다한증(多汗症)으로 진단합니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땀을 흘리는 상태나 땀이 주로 나는 신체 부위를 질병 진단의 중요한 지표로 삼아왔습니다. 특히 머리·가슴·손·발바닥·겨드랑이에 땀이 너무 많이 난다면 지나칠 일이 아닙니다.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 서류작업을 하기 곤란하고, 다른 사람과 악수할 때 지장을 받으므로 사회생활에 큰 불편이 있겠죠. 다한증은 흔히 땀샘이라고 불리는 한선의 과도한 분비로 유발됩니다. 여름철엔 더 악화됩니다.
다한증 환자들은 작은 긴장이나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쉽게 교감신경이 흥분돼 땀을 흘립니다. 다한증은 인구의 0.5~1%에서 생기며, 30~40%는 유전됩니다. 억눌리거나 소심한 사람에게 많습니다. 보통 어릴 때 시작되지만 중·고생이 되면서 불편을 느낍니다.
다한증은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춘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다한증은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 열병 또는 심한 운동 후에 유발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병, 파킨슨씨병, 척추 종양 등의 전신 질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한증 환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피로와 체력쇠퇴를 호소합니다. 갑자기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면 기허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허는 결핵과 같은 질환이 숨어 있거나, 과로나 스트레스로 몸이 허약해진 탓입니다.
몸에 열이 많거나 비대한 사람이 다한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대한 사람은 기초 대사량이 많고 몸의 지방이 체열 방출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얼굴이나 머리에서 국소적으로 땀을 많이 흘려 체온을 조절합니다. 마른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몸에 열이 많거나 허약한 경우입니다.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다한증이 심각하다면 체계적인 섭생을 하고 치료를 해야 합니다.
다한증 환자는 과도한 음주는 금물입니다. 음주 다음날 체내 흡수된 알코올이 혈액순환을 촉진해 땀을 많이 흘리게 합니다. 또한 육류, 자극적인 음식,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도 피해야 합니다.
이들 음식은 땀 배출을 촉진하는 작용을 합니다. 너무 찬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위장은 체온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 체온조절을 위해 활발하게 운동해 많은 땀이 배출됩니다. 신경이 예민한 경우 카페인이 많은 커피·홍차 등 정신적 긴장을 일으키는 음료는 좋지 않습니다.
단방약물로는 황기를 달여 차처럼 마시거나, 닭에 인삼 대신 황기를 넣어 삶은 음식을 먹으면 좋습니다. 황기만 달여 2~3차례 마셔도 되고, 모려라는 약재를 섞어 달여 마시면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황기에 서늘한 성질의 약재로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는 황금을 넣어 달여 마시면 좋습니다.
심각한 다한증의 경우 근본 치료를 위해 한의원 등을 찾아 원인을 규명한 후 처방을 받고 침 등으로 치료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한증을 치료하는 약물은 심장의 열을 내리고, 체내 습담을 제거하며, 소변량을 늘려줍니다. 또한 체온조절을 맡는 폐기능을 도와줍니다. 한의사의 침구치료를 통해 긴장을 풀고, 열을 내리고, 기의 원활한 순환을 도우면 과도한 땀으로 인한 불편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땀의 양에는 개인 차가 있으므로 다소 다른 사람보다 더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체질이지, 어떤 질환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심하지 않은 경우 너무 걱정하지 말고 몸을 서늘하게 하면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몸 안에 소모성 열이나 영양과 배설 장애로 생긴 열이 많을 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으로 봅니다. 한방에서 병적 현상으로 분류하는 다한증은 크게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뉩니다.
자한은 열도 나지 않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땀을 축축하게 흘립니다. 운동이라도 하면 탈진할 정도로 땀을 심하게 흘리게 되는 병증입니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증상은 체표를 보호하고 외부에서 침입하는 나쁜 기운들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위기(衛氣)작용이 약해져 땀구멍을 열고 닫는 작용을 충실히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한은 기운이 떨어지거나 몸이 습한 체질일 때 땀샘 조절에 이상이 생겨 생깁니다. 몸살·수술·출산 뒤에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납니다. 자한의 경우 땀을 흘리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들고 땀을 제대로 흘리지 않으면 몸이 찌뿌득합니다.
반면 도한은 잠자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땀을 많이 흘리지만 깨어나면 즉시 그치는 증상을 말합니다. 즉 밤에 잠이 들면 땀을 흘리지만 눈을 뜨면 곧 땀 나는 것이 중지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땀 나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옷이나 이불을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립니다. 이것은 몸에서 진액(인체 내에서의 정상적인 체액)을 보호하고 추스르는 기운이 약해져 나타나거나 몸이 선천적으로 약할 때 잘 나타납니다. 잘 때 기운이 빠져나가 자고나도 개운치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이 잘 때 땀을 많이 흘린다고 서늘하게 재워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밖에 머리에 땀을 유독 많이 흘리는 두한(頭汗), 오직 심장 부위에서만 땀이 나는 심한(心汗), 손발에 땀이 많은 수족한(手足汗), 사타구니가 늘 축축한 음한(陰汗) 등과 같이 일부 신체 부위에서만 땀을 흘리는 병증도 있습니다.
두한은 호흡기 질환자, 심한은 생각이 지나친 사람, 수족한은 정신노동자나 신경증 환자, 음한은 신(腎)이 허하고 양기가 부족해진 중년 남성들에게 흔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신진대사가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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