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높여야할 재무행정/김수길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무부가 최근에 마련한 「금리의 안정화를 위한 대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이제는 대통령의 지시 하나로 금리가 덜커덕 내려가는 세상이 아니로구나』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으리라 믿는다.
이 대책에는 한은 재할금리의 인하등 「가시적인 성과」를 낼만한 묘수는 눈을 씻고 보아도 들어있지 않다.
대신 이번 대책은 이를테면 1%포인트의 실세 금리를 내리기 위해 금융의 세세한 부분 부분마다에서 0.0001%씩의 금리가 내려가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금융인들의 지혜를 모아 실천해가자는 식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이제 「매크로」의 시대에서 「마이크로」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본보기라 할만하다.
작업 현장 구석 구석에서의 품질 관리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한 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리 없는 것처럼,예컨대 금융기관 창구에서의 미세한 금융관행이 고쳐지지 않는한 자금 흐름의 개선이나 금리 인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금융 현실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대책이 금리 인하보다도 더 중요한 금융 자율화의 원칙과 어긋나는 구석이 많고,또 실제로는 구두선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내용이 더러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용」되는 분위기인 것도 바로 그같은 우리 경제의 현실 인식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재무행정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품질관리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요란하게 은행장 회의를 열고 제조업대출지도 비율을 올려도 대출심사의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헛일이며,은행 점포와 인원을 줄인다지만 수익성 위주의 경영체질이 진정으로 자리잡지 않는한 예대 마진을 줄일 여지는 생기지 않는다.
또 금리 인하를 위해 정말 「발로 뛰어야하는」 부처는 재무부가 아니라 다른 「실물 부처」다. 60년대에는 실물이 금융의 결과였으나 지금은 금융이 실물의 결과인 면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결과로 나타난 자금의 흐름을 바로잡아 실물의 왜곡을 고치겠다는 발상이나 무역금융 부활만이 수출의 살길이라는 발상은 서로 다를 바 없다.
재무부의 행정지도는 그런 면에서 더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실속을 챙겨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