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TV외화 부쩍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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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KBS·MBC·SBS TV3사의 외화방송 경쟁열기가 뜨겁다.
SBS-TV의 개국을 의식한 KBS·MBC 양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몰고 온 이 같은 바람은 SBS의 가세로 올 들어 한층 수위를 높여 안방극장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입외화의 질과 양에서 찾아진다. 예전에 비해 볼만한 외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방송시기도 명절연휴 때 집중 편성해 보는 이의 눈길을 끄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번 신정연휴의 경우 각 사가 풀어놓은 외화보따리의 내용이 그런 대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갖춘 것이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MBC가 『베벌리 힐스 캅』 『붉은 수수밭』, KBS가 『나일대모험』을, SBS가 『마음의 고향』 등을 방송했다.
각 방송사가 명절 때마다 시간 때우기 식으로 외화를 방송한 듯한 인상을 준 종전의 풍토와 비교하면 진일보한 셈이다.
방송된 영화의 면면을 보면 과거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도 끼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흐름은 다음달 설날 연휴 때와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방송사끼리 설날연휴 때의 외화편성을 놓고 벌이는 눈치작전이다. 서로 자신이 방송할 외화프로를 가급적 늦게 공개함으로써 상대편 내용을 봐가며 편성하겠다는 심사로 보인다.
평상시의 외화방영경쟁 역시 만만찮다. KBS가 오래 전부터 『미녀와 야수』를 방송한데 이어 MBC가 『형사 플래시』, SBS가 『늑대 미녀』 등을 뒤이어 방송, 시청자의 눈길끌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최근 크게 늘어난 이들 TV외화가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측면 못지 않은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일부 프로는 극중 여주인공의 농도 짙은 성행위를 그대로 방송해 시청률을 의식, 지나치게 선정성을 추구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과당경쟁에 따른 수입가격의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화제작을 둘러싼 다소의 경쟁이 있을 따름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수입되는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방송사 측의 무성의로 영화감상의 감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영화를 TV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장면을 잘못 처리해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 등의 실수가 한 예로 지적되고 있다.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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