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배상 않는 「일본의 파렴치」/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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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옛말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요즈음 정신대문제를 놓고 일본측은 말로는 수없이 사과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는 지난번 방한때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 충심으로 사죄와 반성을 하고싶다』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하루에 무려 여덟차례나 사죄했다. 이쯤되면 우리네 상식으로는 무언가 이에 상응하는 보상등의 조치가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일본은 사죄선에서 더 나갈 낌새가 없다. 65년도의 한일기본조약으로 보상문제는 결말이 났고 개인보상은 소송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가 2차대전중 일본편을 들까 우려해 이유없이 강제 수용했던 일본계 미국인들에 대해 90년 10월 정중한 사과와 함께 보상한 것과 좋은 대조가 된다. 미 정부는 13만5천명의 수용자중 생존자 7만5천명에 대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사과문과 함께 1인당 2만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이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70년대 후반부터 미 정부와 꾸준히 교섭해 얻은 결과였다. 그러나 재판에 의해 이뤄진 결과는 아니었다.
이들도 정신대출신 김학순씨처럼 미 정부를 상대로 제소했었으나 시간만 낭비한 결과가 됐었다. 결국 잘못을 인정한 미 정부의 정치적 결단과 법률제정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캐나다도 미국과 동시에 1만7천여명의 일본계에 대해 2만1천 캐나다달러씩을 보상했다. 특히 캐나다는 관계자가 89년 8월 센다이(선대)·도쿄(동경)·오사카(대판) 등 일본내 10개소에 출장까지 나가 재일피해자를 찾는등 성의를 보였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보상은 커녕 진상규명의 성의도 찾아 볼수 없다.
일 정부는 정신대출신이나 이에 관여했던 군인들,시민단체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과 접촉,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않고 있다. 일본의 관민이 일체가 돼 노력을 할때 불행한 과거는 씻겨지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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