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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로 얼룩지는 삶…전국에 임시 휴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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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중국발 황사테러가 한국인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각종 야외 행사가 차질을 빚거나 휴일 나들이를 망치기 일쑤다. 황사로 인한 건강 악화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규정'과 '기준'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불청객' 황사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황사 규정' 생긴다=1일 수원.대전.대구.부산 등 전국 네 개 구장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황사로 모두 취소됐다. 프로 스포츠 사상 황사로 경기가 열리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는 임의로 취소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단장회의를 통해 '황사 발생시 경기 진행에 관한 규정'이 마련됐고, 기준이 만들어진 지 이틀 만에 바로 시행된 것이다. KBO 이진영 홍보팀장은 "경기 중단 기준은 '황사 경보 발효' 수준에 맞췄다"며 "황사가 발생하면 경기 운영위원, 구단 관리인(단장), 심판위원 등이 합의를 통해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내 스포츠 단체가 황사 관련 규정을 만든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이 황사에 노출된 상태에서 서너 시간 동안 경기를 보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황사가 심했던 날 밤이나 다음날 오전 대대적인 물청소를 하는 규정을 지난 2월 만들었다. 평소에는 각 자치구가 주요 간선도로는 이틀에 한번, 보도는 8일에 한번 꼴로 물청소를 한다. 일부 지역 농업기술원은 이날 '황사 농.축산물 및 농업시설물 관리요령'을 발표했다. 전국 각 농가들도 가축 방역 등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망가지는 주말 나들이=이날 상당수의 시민들이 휴일 나들이 계획을 접고 외출을 자제했다. 서울 도심을 비롯, 전국의 유원지 등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외출을 한 시민들은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했고 일부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이날 대구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항공기 8편이 황사로 결항되기도 했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입장객은 지난주 일요일보다 40%가 줄어든 6만여 명이었다. 과천 서울대공원 입장객도 50%가 줄어든 2만여 명에 그쳤다.

도봉산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도봉산에 오른 시민은 모두 1만4000여 명으로 지난주 같은 시간대의 30%에 불과했다.

충북의 월악산(1천 명)과 속리산(1천100명),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1천300명) 입장객 역시 지난 주말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황사가 심하자 시민들이 외출을 자체, 백화점의 손님도 평소보다 줄었다. 광주신세계백화점 측은 "세일기간인데도 예상보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5% 가량 적었다"고 발했다.

주말을 계기로 마련했던 각종 행사도 차질을 빚었다. 경남 양산시의 '양산 웅상시민 건강달리기', 창원시의 '창원시민 걷기대회' 등에 참가한 시민이 적어 대회 분위기가 한산했다.

보문단지에서 열린 도자기만들기 대회도 허전했다. 경주시도자기협회 심종승(42) 회장은 "보문단지를 찾은 관광객이 콘도 등에서 나오지 않아 어린이 도자기만들기대회 행사장 등은 예년보다 많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전국 황사로 임시휴교 =1일 전국에 걸쳐 '최악의 황사'가 발생한 가운데 경남도 교육청이 이날 오후 7시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경남도 교육청은 황사가 심해짐에 따라 2일 관내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임시 휴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남 지역의 모든 시.군에는 황사경보가 발령돼 있는 상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일 황사경보 및 주의보 발령과 관련해 황사 피해가 심해질 경우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임시휴교 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이날 주요 포털사이트에 '전국황사임시휴교'라는 검색어가 상위에 오르면서 인터넷은 일대 '휴교 혼란'을 겪었다. 확인 결과 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만우절 광클'(狂+click, 검색어를 1위에 등록시키기 위해 네티즌이 조작하는 행위)로 밝혀졌다.

◐P◑강진권.강인식.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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