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결승] 박영훈 먼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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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4단이 조치훈9단을 격파하고 세계 대회 첫 우승컵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8일 대구 영남대 국제관에서 열린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오픈 결승 첫판에서 백을 쥔 박4단은 여덟시간의 혈전 끝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 조치훈9단을 2백77수만에 4집반 차로 제치고 감격적인 승리를 안았다.

이 판에선 쌍방의 기세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끝없는 패싸움과 함께 대담한 바꿔치기가 연속 벌어졌다. 판은 상전벽해가 됐고 형세는 험악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러나 18세 신예 박영훈4단은 중반의 깜깜한 미로 속에서 강인한 정신력으로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기보=사이버오로 제공]

조치훈9단은 좌하의 초반 접전에서 우세한 흐름을 보였으나 바로 이 순간 찰나의 방심에 빠져들었고 그로 인해 세번 잇따라 수순 착오를 범하며 형세를 그르쳤다.

이후 조9단은 격렬한 패싸움으로 판을 뒤흔들며 추격전을 전개한 끝에 점차 형세를 미궁으로 몰아넣었으나 역전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승전은 3번기로 치러지며 우승 상금은 2억원이다. 결승 2국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상세 기보는 인터넷(www.joongang.co.kr)에서 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초반전은 흑 우세. 그러나 흑을 쥔 조치훈9단은 방심과 오판으로 세번 연속 실수를 저질렀고, 박영훈4단은 세번 연속 호착을 두어 단번에 형세를 뒤집었다. 흑1이 첫번째 실수. 백2 자리가 쌍방 접전의 급소였다. 흑3 때 4의 빈삼각도 시의적절해서 귀의 흑이 그냥 잡혀버렸다. 더구나 흑5가 치명적인 실수. 어떻게든 백6으로 넘는 것을 막아야 했다. (해설 송태곤6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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