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복싱 박덕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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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금만 더 참자.』
혹독한 체력훈련을 할 때마다 악문 이 사이로 터져 나오는 혼잣말이다.
새벽 로드워크, 샌드백두드리기, 실전과 다름없는 거친 스파링, 상대의 펀치충격을 소화하기 위한 맷집훈련, 거기에 정말 견디기 힘든 체중감량 등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의 메달을 위해 참아야할 것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러한 육체적인 것보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전통적 메달밭 역할을 톡톡히 해온 한국아마복싱에 대한 기대가 나의 두 주먹에 걸려있다는 주위의 격려는 더욱더 나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지난해 11월 호주세계아마복싱선수권대회에서의 은메달 입상(페더급)이 나를 한국복싱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한 이유다. 하지만 이기회에 한국선수로는 네번째로 올림픽 금메달을 움켜쥐는 멋진 승부를 걸쳐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침체를 거듭해온 국내 복싱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밑거름이 되고 싶은 욕심도 함께 생긴다.
지난 17일 올림픽출전 국가대표최종선발전에서 예상외로 쉽게 우승, 태극마크를 달게 됐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방심이 가져온 뼈아픈 패배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지난90년 경북체고 3년 시절 북경아시안게임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나의 빠른 눈·발을 과신한 나머지 허술한 커버링으로 황경섭 선배에게 도전했다가 일격을 받고 1회 KO패 하는 비운을 맛봤다.
이 경기 후 「조금 더 침착하자」는 「조금만 더 참자」와 함께 나의 복싱좌우명이 됐다.
요즈음 샌드백을 두드리는 두주먹에 불끈 힘이 솟는다. 샌드백 속에서 지난해 호주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내게 패배를 안겨줬던 불가리아의 키르코키르코로프, 이체급 세계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는 쿠바의 아널드 메사, 미국의 강호 로빈슨등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상명세서
▲생년월일=72년10월29일
▲신체조건=1m 65㎝·56㎏·O형
▲학교=경북덕울국교→감건중→경북체고→원광대
▲국가대표=91년
▲가족사항=박찬국씨(51)의 3남1녀중 차남
▲취미=음악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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