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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배우는 티베트 소년들/중국(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1세 9천명 선발 8년째 유학정책/현대통치 관리양성 목표/“영구노예화”반발도
티베트고원의 광할한 초원위에서 아크·양들과 함께 자란 티베트 소년 부조유군(14)은 중국동부의 대도시 천진에서의 새학교생활이 신기하기만 하다.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줄 몰랐던 부초유군은 3년 남짓한 「중국생활」덕분에 이제는 제법 중국어로 자기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엔 조금 무서웠어요. 도시엔 한번도 와본 일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많이 익숙해졌어요.』
부조유군은 티베트를 떠나 먼나라 중국 땅에서 강제교육을 받고있는 티베트 청소년 9천명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50년 티베트를 무력합병한 중국은 「미래의 티베트 지도자」를 길러낸다는 명분하에 지난 85년부터 11세 정도의 티베트 소년들을 대상으로 중국내지로 「교육이주」시키는 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해오고 있다.
일단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4년동안 중국정부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고향집에 갈 수 없음은 물론 개인생활도 박탈된다.
중국정부가 티베트인 교육에 쏟는 배려는 실로 대단하다.
교육비·숙식비는 완전 무료며 중국 각지로의 수학여행비도 모두 중국정부가 부담한다.
티베트 학생들이 주로 모여있는 천진 홍광중학교의 경우 기숙사 시설은 중국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도서관 장서규모도 엄청나다.
리티에잉(이철영) 중국국가교육계서위원회 주임은 『티베트인 교육계획은 티베트인들에게 일류의 무상교육을 제공,이들을 지식과 애국심으로 무장시켜 내일의 훌륭한 공산주의자로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티베트인들은 이같은 교육프로그램이 티베트 젊은이들의 혼을 거세,영원한 「중국의 노예」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티베트의 의식있는 인사들은 중국정부가 똑똑한 티베트 젊은이들을 훔쳐다 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일반 학부모들은 자식이 훌륭한 교육환경에서 자라 출세하는 것을 바라며 자기자식이 교육생으로 선발되기를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한 티베트인은 『영혼을 잃어버린,출세한 티베트인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고 『중국정부는 마치 큰 인심이라도 쓰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티베트 자치구에 할당된 교육비를 변칙전용해서 영재교육에 쓰고있다』고 폭로했다.
즉 티베트에 배정된 교육비의 약40%가 세뇌교육 비용으로 쓰이는 바람에 정작 티베트의 교육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만큼 중국정부의 티베트 교육프로그램이 반티베트적 효과만 낳고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서 교육받은 티베트 젊은이들은 심한 인종차별에 시달린 나머지 티베트에서만 성장한 일반 티베트 젊은이들보다 더 반중국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중국의 티베트인 교육프로그램이 적어도 한가지 점에서는 티베트인들의 환영을 받을만 하다.
그것은 티베트 직접통치의 어려움을 절감한 중국정부가 한인출신의 티베트 관리를 대체할 「티베트인 출신의 티베트 관리」양성을 교육프로그램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있기 때문이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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