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 경제의 두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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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91년 당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던 인도 경제가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사상 최고의 외환보유액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은 지난 11월 28일 현재 외환보유액이 9백60억7천만달러라고 6일 발표했다.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인도에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증시 활황과 고금리로 외국자본이 들어온데다 서비스부문을 중심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외국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것처럼 인도가 IT부문 등 서비스분야에서 아웃소싱(특정 사업부문의 해외 이전)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는 12월8일자에서 '떠오르는 인도'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인도의) 경제성장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지만 인도의 두뇌 인력은 이미 미국 경제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과 다리(제조업)를 중국으로부터 빌린 미국이 이젠 머리(서비스업)마저 인도에서 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를 비롯한 미국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인도 현지 인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인도로 간 미국의 서비스부문은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IT 컨설팅.콜센터.반도체칩 설계 등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투자은행이나 회계법인의 금융 분석업▶GE메디컬.제너럴모터스.포드 등의 연구.개발(R&D)센터▶위험분석.소비자행태.산업공정 등의 수학적 분석▶의약품개발 등 고차원적인 부분으로 확대될 것으로 BW는 내다봤다.

BW는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를 비교하면서 중국의 강점으로 ▶지난 10년간 8%선의 고성장(인도는 6%선)▶고속도로.항만.전기 등 사회간접자본의 우수성▶연 5백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직접투자(인도는 연 40억달러)▶지난해 인도의 4배에 달하는 2천6백60억달러의 수출 등을 꼽았다.

반면 인도는 ▶영어 구사력과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민간 자본시장의 우수성▶계약과 저작권법 등 우수한 법률 시스템▶25세 미만 인력 비중이 53%(중국은 45%)로 향후 높은 발전 가능성 등에서 중국보다 유리하다고 BW는 지적했다.

인도 당국도 경제성장에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스완트 싱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 4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경제가 폭발적인 경제성장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FT는 또 인도가 경제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해 26개의 특별 경제구역 창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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