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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3월] "시조에 인생 걸어보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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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조에 인생 걸어보겠습니다"
두세 차례 도전 끝에 장원 김남규씨
국문과 3년 … "홀어머니께 큰 선물"

3월 중앙시조백일장에 봄 내음이 물씬 난다. 봄 숲의 그늘을 생생한 시어로 건져 올린 김남규(26.학생.사진)씨가 장원을 차지했다. 중앙시조백일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젊은 피다.

"50대 후반의 연배 높은 분들이 주로 당선되시는 걸 보고 처음엔 조금 두려웠어요. 하지만 젊음을 믿고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그는 경기대 국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친구들은 "죽어가는 장르에 왜 매달리느냐?"며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시조 위기론이야 어차피 오래전부터 대두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기피할 뿐, 시조는 결코 사라질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조를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교내 주최 시조 공모전에서 처음 쓴 시조로 상을 탄 뒤부터다. 정형을 지키면서 사유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재미를 느꼈다. 어머니의 생신 때 편지 뒤에 시조 한 수를 써넣어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편모슬하에서 자라서인지,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조를 자주 쓰게 되더군요."

초중고교 시절까지 시 한 줄 써보지 않은 그가 국문학을 전공하기로 한 것도 어머니를 위해서다. 아들을 홀로 잘 키워내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의 자서전을 써드리는 게 그의 꿈이다.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서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작품으로 지난해 중앙시조백일장에 두어 번 도전했지만 쓴 잔을 마셨다. 이번엔 방향을 틀어 산뜻한 봄 풍경을 펜 끝으로 풀어냈다. 심사위원들에게는 '애모가'보다 젊은 피에게 어울리는 젊은 계절 노래가 더욱 매혹적으로 와 닿았던 것이다.

"아직 배우는 중이라 실력은 모자라고 의욕만 앞섭니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시조에 인생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이경희 기자

딱딱해지기 쉬운 소재, 서정으로 잘 살려내
심사위원 한마디

좋은 시조는 울림을 동반하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시조의 감동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첫째는 묘사와 진술의 절묘한 조화에서 비롯된다. 묘사의 생명은 산뜻함에 있고 진술의 포인트는 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있다. 중요한 것은 둘 다 진부하거나 구태의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시적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적 사유의 진술이 돋보이면 독자들이 감동을 받게 마련이다.

둘째로 시조의 감동은 시상의 극적인 전개와 낯선 표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통념을 깨고 극적 반전을 보여주는 시상의 전개가 이에 해당된다. 낯선 표현은 시적 대상에 대해 의외의 표현을 구사해보거나 거꾸로 보는 연습에서 얻어진다.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내가 시적 대상이 되어보거나, 시적 대상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방법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벽'이라는 대상도 내가 '벽'이 되어 서보면 안과 밖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를 거느릴 수 있고, 그래서 그것은 두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문(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셋째 시조의 감동은 가락의 유연성에서 온다. 시조는 형식에만 맞춰 쓰면 가락이 절로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를 잘 운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숨이 막히는 딱딱한 것이 되고 만다.

이외에도 삶의 애틋한 단면을 보여주는 서사성 등이 감동을 좌우하기도 한다.

장원으로 선정한 '봄날은 간다'는 다소 경직되기 쉬운 소재를 서정으로 잘 육화해낸 점이 돋보였다. 특히 '겨드랑이사이 별 하나 밀어올려'에서 보이듯, 둘째 수와 셋째 수에 나타난 가락의 유연성과 묘사의 섬세함이 주목되었다.

차상으로 올린 '봄, 바라보다'는 고등학생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조숙한 내용을 담고 있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애잔한 서사적 내용을 제한된 형식에 잘 형상화한 수작이다. 차하의 작품은 네 수 중 두 수만 소개한다. 제목도 바꾸었다. 너무 고답적인 소재에만 머무르지 말고 더 새로운 소재를 과감하게 써보기를 권한다.

그 밖에 송재용씨는 보다 정교한 묘사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고, 반야봉.서석용.배재형씨의 작품엔 시적 감동이나 잔잔한 여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곽필종.이기호씨는 관념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내면화에 보다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

<심사위원:유재영.이지엽>

◆ 응모 안내=매달 20일쯤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 매달 말 발표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해마다 매월 말 장원과 차상.차하에 뽑힌 분들을 대상으로 12월 연말장원을 가립니다. 연말장원은 중앙 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당선자(등단자격 부여)의 영광을 차지합니다. 매달 장원.차상.차하 당선자들에겐 각각 10만.7만.5만원의 원고료와 함께 '중앙 시조대상 수상작품집'(책만드는집)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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