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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아이방에서 컴퓨터 치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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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51)는 지난달 고등학교 2년생인 아들을 데리고 정신과를 찾았다. J씨는 "아이가 하루 종일 게임에 빠져 있어 컴퓨터를 치워버렸더니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M씨(46.여)도 "하루라도 게임을 안 하면 불안.초조해 하고, 수업 중에도 게임하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는 딸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상심해 했다. 겨울방학 중 자녀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증이 깊어질까 노심초사하는 학부모가 많다. 컴퓨터 게임이 정신.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왜 컴퓨터 게임에 빠지나=현실과 달리 게임 속에선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유행하는 게임들은 단순히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편을 양성하고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특히 생활이 따분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 또 집중력이 떨어지고 논리적 사고가 어려운 아이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학자들은 게임이 아이의 창의력.사고력의 발달을 저해하고, 폭력성을 높이며, 수동적인 성격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로 혼자 하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기피하고, 비현실적으로 게임이 구성돼 현실 세계와 괴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학교 성적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공부.수면시간이 짧아지는 데다 강렬하고 빠른 시각적 자극에 익숙해지면 느리고 밋밋한 문자 자극엔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게임 중독에 이르면 수면습관이 불규칙해지고, 자기 통제력을 잃게 되며, 등교 거부.빈번한 지각은 물론 부모와 갈등을 자주 일으킨다"고 말한다.

◇예방이 최선책=컴퓨터 게임 중독증은 예방이 최선이다.

방지거병원 가정의학과 김형준 박사는 다음 여섯 가지 예방책을 실천하도록 옆에서 도와줄 것을 권한다.

첫째 하루중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특히 숙제 등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친 뒤에 컴퓨터를 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딱 한 시간만 게임한 뒤 숙제나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은 엄밀히 말해 중독 증상의 하나다.

둘째 오락.휴식의 도구로서 컴퓨터 사용을 줄이도록 한다. 게임은 신체.정신적 스트레스가 되므로 게임CD는 과감히 정리하고 게임 파일도 삭제하도록 한다.

셋째 신체 활동 시간을 늘리도록 권한다. 모니터 앞에선 절대 식사하지 않고 반드시 컴퓨터를 끈 상태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독려한다.

넷째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도 친구 등 대인 관계를 늘리도록 한다. PC방 이용도 친구와 함께하도록 권한다.

다섯째 게임 말고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른 활동을 가능한 한 많이 개발하도록 한다.

여섯째 혼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컴퓨터는 아이 방에 두기보다 가족이 함께 쓰는 방 등 공개된 장소에 놓고 부모가 컴퓨터를 배워 자녀와 함께 게임하거나 게임 내용을 점검해 보자.

자녀가 이미 게임에 중독된 상태라면 아이 스스로 문제를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다. 이때 부모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자녀와 진지하게 대화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지나치게 게임에 집착해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자녀에게 잘 인식시켜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날 동기를 갖도록 도와준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신윤미 교수는 "게임 중독증도 초기일수록 치료가 쉽다"며 "심한 경우 인지.행동 치료나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박태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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