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청문회'된 한덕수 총리 후보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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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조용철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해 송구스럽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준비 없이 협상에 임했다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쌀이 포함되면 이번 협상은 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FTA 타결 시한이 임박하면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FTA 청문회'가 됐다. 이 때문에 한 후보자 개인의 자질.도덕성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다. 청문위원들 사이에 FTA 찬반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한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한.미 FTA 체결을 찬성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협상을 당장 중단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맞섰다.

한 후보자는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8월부터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주요 질의와 답변.

-한.미 FTA가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통합신당모임 우제창 의원)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외경제위원회에서 2003년부터 한.미 FTA 체결을 위한 로드맵을 만든 이후 준비해 왔다."

-정부는 3년 동안 준비해 왔다지만 국민은 모르고 있다.(우 의원)

"FTA 협상의 특수성 때문에 공개할 수 없었다. 한국 정부는 꾸준히 체결을 요구해 왔는데 미국 측이 2006년에야 협상에 동의했다. 그러다 보니 급작스러워 보일 수 있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 앞으로는 협상 내용을 모두 공개하겠다."

-그동안 공청회 한번 제대로 안 열었다. 졸속 협상 아닌가.(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졸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청회를 열지 못 한 점 등에 대해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협상에서 제외한다고 한 쌀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한나라당 박승환 의원)

"쌀이 포함되면 이번 협상이 깨진다. 정부는 절대로 쌀을 추가 개방 품목으로 포함할 수 없다."

-FTA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분석이 있다.(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

"일반적인 개방과 한.미 FTA는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 FTA를 맺으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하지만 한.미 간 협정은 양극화 초래 효과가 작다. 미국에서는 최첨단 제품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영세.중소기업이 어려워지지 않는다."

-한.미 FTA로 예상되는 농업 분야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홍 의원)

"농업 분야에서 한.미 FTA로 소득이 낮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의 전부를 보상하도록 하겠다."

-한.칠레 FTA 체결 이후 무역수지 적자가 9억 달러에서 45억 달러로 늘었다.(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수요 수입 품목인) 구리의 가격이 네 배나 높아졌다. 이 때문에 수입 물량은 2% 늘었지만 가격은 70%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는 불가피했다."

-한.미 FTA로 얻게 되는 혜택을 분명하게 말해 달라.(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

"이미 제조업에서는 한국이 미국을 이기고 있다. 일반가정에 미국 제품이 거의 없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수출 규모가 커질 것이다. 서비스업 쪽에서도 고용이 늘 것으로 본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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