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문제“해결의지”가 없다/정부/일총리 사과하면 그대로 수용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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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진상파악 소극적… 학적부 발견도 6개월간 감춰
정부가 미야자와 일본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정신대 문제에 대한 진상파악 등에는 소극적 이면서도 이를 정치적인 성과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측이 최근 외교경로의 실무접촉을 통해 정신대 문제와 관련,사죄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옴에 따라 정상회담 성과로 이 문제를 부각시키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급작스런 조치와 성과에 급급한 해결방식은 완전한 진상파악보다 일본측의 사과 한마디로 이 문제를 마무리 해버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측의 이같은 태도는 일본측이 무역적자 개선문제 등에서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정신대 문제에 대한 사과로 방한선물을 삼으려 하고 있는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신대 문제에 관한 한일 양국 실무자들간의 협의에서 일본측이 보상문제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으며 구체적인 방안은 일본측에 맡겨줄 것을 요청,정부측은 이에 동의했으며 양측은 다만 미야자와 총리의 사과발언 수준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15일 『미야자와 총리가 사과발언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곧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성,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뒤늦은 대책마련을 시사했으나 더 이상의 대책수립 여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이상옥 외무부장관은 정신대 배상문제 등은 65년 한일협정으로 일단 마무리 됐다는 것이 정부입장 이라고 해 양국간 현안으로 제기할 의사가 없음을 비친바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측은 국회연설에서 사과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보상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측은 정신대 피해자의 보상용의는 있으나 이것이 다른징용자·징병자의 보상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피해신고나 소송은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여 일본측은 이것으로 마무리할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현재 국교생의 근로정신대 동원문제 등에 대해서도 당사자에 대한 피해가능성을 내세워 더이상 조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정신대에 대한 민간의 소송제기 및 관련단체의 항의가 있는데도 관련사실을 조사하지 않고 있으며 국민학생을 동원한 사례를 확인한 일본인 여교사의 증언도 담당교장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감추어왔다.
서울시 교육청은 15일 일제가 국교생까지 정신대에 동원한 사실을 확인하는 당시 학적부가 서울 영희·교동국교에서 잇따라 발견된 것과 관련,각급 학교에 보관된 당시 학적부를 조사하면 지금까지 가려져온 정신대 동원규모의 일부나마 밝혀낼 수 있겠으나 정신대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과 직결돼 있고 학적부는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만큼 학적부 조사는 하지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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