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서 건설 사무실 경영-이영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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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성으로서, 또 한의사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동남」이라는 현지 법인 건설 사무실을 경영하고 있는 이영림씨 (51).
휴가차 한국에 온 그는 『여자가 어떻게 건축 회사를 하느냐고 하지만 사람을 잘 골라 쓰면 여자라고 특별히 불리할 것도 없고 유리할 것도 없다』며 자신을 대단하게 보는 시각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했다.
이씨가 이란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후 (74년) 을지로 6가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 77년9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페르시아 민간 의학에 대한 자료 수집차간 이란 여행이 계기가 되었다.
을지로의 한의원에서 건강 상담을 해주었던 당시 M 알람 주한이란 대사의 소개로 현지에서 만난 이란의 어느 병원장의 두통을 상비용 침으로 치료한 것을 계기로 레자 팔레비 병원의 침술 센터 책임자 역할을 제의 받았다. 민간 의학을 좀더 공부할 욕심으로 「당분간」 그 자리를 승낙한 것이 78년 초.
마침 베트남에서 건설업을 하다 베트남 패망으로 이란에 온 이종오빠 박찬호씨 (61)가 이씨에게 당시 이란에서 붐을 일으키던 건설업 동업을 제의, 80년 이란 에너지부에서 발주한 3천만 달러의 고압선 설치 공사를 첫 일로 그는 건설업에 뛰어든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한때는 1백50명에까지 이르던 한국인 노무자를 무사히 철수시키느라 혼이 난 이씨는 지금은 설비 공사의 대부분을 하청을 주는 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으로 바쁜 일과 중에서도 면학을 계속, 이씨는 그곳 파라에듀케이션 (교육 재단)에서 88년 침술과 두뇌 신경 계통 질병과의 관계에 관한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 (MD)를 받기도 해 의사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79년, 지금은 이란 대통령이 된 라프산자니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부상해 레자 팔레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잠시 그를 치료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 그는 대통령 가족들의 건강 상담을 맡아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있다고 한다.
그는 어디에서고 그렇지만 특히 이란에서 사업하려면 그 나라말을 배워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신인 이씨는 현재 이란 에너지부가 발주한 미화 3천5백만 달러 규모의 카스피해 연안 지역 지하 케이블 공사를 담당,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이란의 전후 복구 사업이 본격화하면 지금까지의 전기 설비 공사 중심에서 종합 건축 쪽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그러나 언제고 한국이나 이란에서 자신의 병원을 열 것이라고 한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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