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국교생까지 끌고갔다/당시 일인여선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징발 6명 학적부찾아 확인/서울 방산국교… 도덕점수 뛰어난 학생들 선발/지난해 한국에 와… 생존제자 3명중 1명 만나
일제가 국민학생인 12세 소녀까지 정신대로 동원한 사실을 입증하는 당시의 학적부가 14일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방산국교 6학년 담임이었던 일본인 이케다(지전정지·68·여·일본 생구시거주)씨가 지난해 7월 이들의 소재를 찾던중 방산국교졸업생들의 학적부를 위탁 보관해오던 서울 일원동 영복국교를 방문,자신이 직접 작성했던 6명의 학적부를 찾아냄으로써 확인됐다.
영복국교(교장 안중복)에 보관돼 있는 이 학적부에는 당시 국민학생들이 정신대로 출발한 날짜·장소·동원경위·설득과정 등이 생활기록란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학적부는 해방전 서울 방산국교(당시 경성부제2부 공립소학교)에 재학중이던 여학생들 것으로 해방후 폐교되면서 지금의 영복국교로 옮겨져 보관되어 왔다.
학적부에 따르면 6학년 4반(여학생반)학생 70여명중 5명이 44년 7월2일,이듬해 2월25일에 추가로 1명이 각각 일본 도미야마(부산) 불이월정신대원으로 출발한 것으로 돼 있으며 당시 이들의 나이는 1명이 13세이고 나머지 5명은 모두 12세였다.
이들 6명의 공통점은 각학과목 성적이 10점만점에 7∼8점일 정도로 우수했으며 특히 도덕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선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32년 8월생인 이모씨의 경우 「온순하고 의지가 강하며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진해 일본정신대로 갔으며 정신대에 가서도 상을 받을 정도로 근무성적이 우수했고 발육상태가 매우 좋아 몸이 크고 체중이 불어 났다」고 기록돼 있다.
32년 10월생인 이모씨는 「평소 정직하고 명랑한 아이로 정신대 발표가 있자 할머니와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신대로 갔다. 정신대에 가서는 생산성적이 우수했고 체중이 크게 불어났다. 특히 이 학생은 부모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라고 설득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열렬한 애국정신으로 정신대로 갔다」고 기록돼 있다.
이케다씨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수소문해본 결과 당시 정신대로 끌려간 6명중 생존해 있는 3명가운데 1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케다씨는 최근 오사카에서 발행된 「개방교육」이라는 논문집에서 『일본정부가 정신대 동원은 민간업자들이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당시 정신대 동원명령은 천황폐하의 명령이었다』고 밝혔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