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보다 갑진 근로부직/대학생 257명 구로공단서 「겨울비지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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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력난에 숨통”업주도 반색/시간당 1,500원 잔업도 거뜬히/근로자와 어울리며 「사회공부」/일자리없어 160여명 되돌아 가기도
『땀흘려 일하는 보람도 느끼고 등록금도 손수 마련하고 싶어 왔어요.』한국수출산업의 첨병 구로공단이 남녀아르바이트대학생들의 근로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학생들은 손쉬운 과외나 사무직만 요구하는 아르바이트풍조를 탈피,생산현장에 뛰어들어 비지땀을 흘리며 인력난을 메워가고 있어 중소기업의 새 활력소가 되고 있다.
11일 오후 3시 구로 3공단내 카스테레오등 차량부품산업체인 (주)대성정밀 2층 작업실.
주홍색작업복에 하얀 스카프를 머리에 쓴 여대생 7명이 작업대에 앉아 컨베이어벨트위로 쏟아져나오는 인쇄회로기판(PCB)에 손톱크기만한 트랜지스터와 IC회로를 옮겨 조립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윽고 30분후 휴식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학생들은 작업장내 다른 근로자와 어울려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 학생들이 오전 8시30분 출근,조립해낸 기판은 모두 4천개.
『친구들은 방학때면 과외나 백화점·음식점 종업원으로 취업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지만 생산현장에서 땀의 의미를 체득하기 위해 공단본부를 통해 이곳에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지난해 12월 방학과 동시에 취업한 김건희양(20·이대법학1)은 안경너머 코끝에 송글송글 맺힌 구슬땀을 닦으며 『이곳에서의 경험이 근로자를 이해하는데나 사회생활을 해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성정밀에 취업한 학생들은 전문대생 2명·일반대생 5명으로 아버지직업은 회사원이 대부분.
작업실담당 염팔균씨(30)는 『학생들이 취업한 직후에는 불량품이 많았지만 지금은 숙련근로자 못지 않다』며 『잔업에도 학생들이 뛰어드는등 열심히 일해 회사의 인력난해소에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고 대견해 했다.
같은시간 대성정밀에서 3백여m 떨어진 수첩전문제조업체 (주)양지사 3층 작업실.
남녀대학생 34명이 모두 6개부문으로 나뉘어 근로자들과 어울려 포장등 마무리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12월9일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 왔다는 임계숙양(19·강남대 유아교육 1)은 『우리의 땀이 밴 수첩이 외국에까지 수출된다니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학을 맞아 구로공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은 현재 모두 2백57명으로 여학생이 1백여명이나 됐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시간당 1천5백원선으로 두달이면 한학기 등록금이 손에 떨어지는 수준.
올겨울방학엔 지난해보다 1백여명이 많은 4백17명이 공단본부에 구직신청을 냈으나 마땅한 자리가 없어 1백60명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취업한 업체는 의류·전자·출판등 모두 25개업체로 학생들은 재단·조립·포장에서 창고정리등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공단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양지사 생산부 권태종 차장(38)은 『학생들이 일도 야무지게 잘할뿐 아니라 젊은이들이라 작업장분위기도 한결 생기가 넘쳐 흐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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