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놀이터라고 하면 곧장 어린이를 떠올리게 되고,이어서 연상되는 것이 주택가의 좁은 공터나 아파트촌의 한귀퉁이에 그네·시소·미끄럼틀 따위를 갖춰 만들어진 어린이 놀이터다.
그러나 놀이의 본래 개념은 「일」과 상대되는 「휴식」의 의미로서 출발했고,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적 놀이는 일에 못지 않게 중요시되어 생활문화 속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해왔다.
전통문화로서의 놀이에는 반드시 풍물·노래·춤같은 것들이 곁들여 졌다. 여러사람들이 모여 풍물을 즐기고 춤·노래로 어우러지려면 마당,곧 넓은 공간을 필요로 했다.
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울려 여러가지 놀이를 함께 즐기면서 마당놀이라는 독특한 전통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의식과 생활양식이 현대화하면서 그같은 마당놀이가 차츰 자취를 감춘 것은 당연한 현상일는지는 모른다.
우선 함께 일하고 함께 휴식을 취한다는 공동체의식이 마멸됐고,그 다음에는 한마을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즐길만한 공간이 없어졌다는 것 따위가 그 이유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등산·낚시에서부터 전자오락에 이르기까지 레저문화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웃사촌」의식이 없어졌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앞·뒷집에 살면서도 되도록이면 부닥치기를 꺼리고 혼자만의 삶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 삶의 모습이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전통문화로서 마당놀이의 명맥을 잇겠다는 의도에서 전통사회의 놀이마당과 비슷한 성격의 공간을 꾸며 놓았으나 놀이마당으로서의 구실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청소년들의 퇴폐·탈선의 장소로 악용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3개구에 놀이마당 성격의 「쌈지마당」을 설치한데 이어 나머지 19개구에도 연차적으로 설치키로 하고 우선 올해 10개구에 쌈지마당을 조성키로 했다.
3백평내외의 시유지에 만들어지는 쌈지마당에서는 마을축제공연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오락휴식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시설물이 설치될 것이라 한다.
우선 저소득층 밀집지역이 대상으로 되어 있다니 그 의도에 호감이 가고 성공가능성에도 기대를 갖게 하지만,그같은 시설물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웃사촌」의식의 부활이 아닐까.<정규웅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