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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언어|"공동 사전편찬 동질성 회복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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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언어는 한 민족을 규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다. 따라서 통일이 됐다 해도 언어가 합쳐지지 않으면 분단은 계속되는 것이다.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해소를 위한 노력은 표준말·맞춤법 등 가장 근본적인 분야에서부터 기울어져야 한다. 분단 이후 남북한의 말이 상당히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표준은 1933년 10월에 확정된 조선어학회의「한글맞춤법 통일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남한은 이 규범을 계속 준수해 오다 지난 88년1월「한글맞춤법」을 고시했다. 이는 현실적인 필요를 고려, 일부를 수정하는데 그치고 대부분은 그대로 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54년9월「조선어 철자법」을 공포한데 이어 66년7월「조선말 규범집」을 발표했다. 그 뒤 두번에 걸쳐 띄어쓰기 부분을 수정하면서 조선어학회의「한글 맞춤법통일안」과는 멀어졌으며 남한의 표준말과도 큰 괴리를 보이게 됐다. 북한의 표준말은 문화어라는 말로 불리고 있다.
남북한 언어통일을 위한 노력은 80년대 말부터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에서 시작됐다.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한 50여 한글단체의 모임인「한글문화단체 모두 모임」은 지난해 여름 언어통일회의를 위한 대북 접촉 신청을 통일원에 냈다. 한글학회 허웅 이사장은『정부는 움직임이 경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간 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문화어 중에서도 우리가 받아들일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은 남북한이 같이 쓸 수 있는 사전편찬 등의 계획을 갖고 대북 접촉에 대비하고 있다.
민간 쪽에서는 타자기·컴퓨터의 자판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진적인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한글문화원 공병우원장은 이 같은 자판통일을 위한 대북 접촉 신청을 내놓고 있다.
민간차원의 합의여서 구속력이 없기는 하지만 남북한 교류가 실제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문교부의 지원으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90년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어 강의를 하고 돌아온 서울대 이현복 교수(언어학과)는 이 대학에서 만난 북한 언어학자와 남북한 언어통일연구회를 구성하고 공동연구 합의서를 교환했다.
이 교수는『언어통일이 강제성·통용성의 측면에서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민간의 노력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차원의 언어교류를 전담하고 있는 국립 국어연구원의 안병희 원장은『남북한은 현재 같은 단어의 뜻까지 달라져 있는 상황이어서 통일이 되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남북한 언어차이는 솔선수범을 북한에선「이신작칙」,결과를「후과」로 쓰는 어휘 차이와 우리의 언어구조에서는 도저히 쓰일 수 없는「수술전투에 성공하였다」등 사상무장·체제옹호를 위한 표현 등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한자어를 다듬은 튐힘(탄력)·벼락촉(피뢰침)등은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국립 국어연구원은 현재 언어규범을 위한 남북 국어학자 회담을 위해 통일원에 접촉 신청을 내놓고 있다. 이 회담에서 다룰 내용은 맞춤법·표준어·언어자료교환·공동연구 등이다.
이에 앞서 국어연구원은 지난해 8월초 중국 연변에서 북한 언어학자들과 최초의 교류를 시도했었다.
국어연구원은 이와는 별도로 언어의 동질화를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01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북한의 문화어를 망라하는 종합국어대사전 편찬에 나선다.
현재 남북언어교류를 놓고 정부와 민간의 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느 한쪽이 독점하는 것은 모두 약점을 가지고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정부가 주도했으나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접촉은 민간쪽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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