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한국 육상 … 꿈나무 키워 튼튼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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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11년 대회 유치가 확정된 뒤 김범일 대구시장(右)과 라민 디악 IAAF 회장(中)이 서명하고 있다.[대구시청 제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지만 실은 지금부터가 걱정입니다."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또 다른 걱정을 시작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과 대회 주최국으로서 한국 육상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신 회장은 28일(한국시간) "당장 청사진을 그려야 할 임무가 우리 육상연맹 쪽에 떨어진 것과 같다. 대구가 세계적인 경쟁 도시들을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지만 한국 육상의 약한 기반을 생각할 때 성공적인 개최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대구가 IAAF에 제시한 국제육상아카데미부터 그렇다. 이걸 어떤 형태로 조성할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우리 육상을 발전시킬 학원이 될지, 학교 형태가 될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부 등 관계 부처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걱정처럼 한국 육상은 세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하나에 그쳐 아시안게임 28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일본을 따라가기는커녕 오히려 중동 세에도 밀리고 있다.

한국 육상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육상이 '헝그리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육상을 하겠다는 꿈나무들이 적다. 육상에 소질이 있더라도 곧 인기 종목으로 바꾸기 일쑤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최근 파격적인 특별포상금을 걸었다. 남자 마라톤과 1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면 1억원(종전 500만원),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10억원(종전 1억원)으로 올렸다. 마라톤에서 2시간5분 벽을 돌파하면 5억원, 100m에서 10초 벽을 깨면 5억원을 준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런 포상금보다는 육상만 해도 생활할 수 있는 보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바사=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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