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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물리기구 쓰는 "미용센터" 성업|힘 안들이고 날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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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키 1백62㎝, 몸무게 60㎏, 손목 굵기 6.2인치, 가슴둘레 36인치, 허리둘레 28인치, 엉덩이 둘레 37인치.
서울 압구정동 Y몸매 관리 센터에 등록, 보름째 군살빼기 운동을 하고 있는 김명희씨(29·가정주부)의 신상카드에 기록된 신체사이즈.
김씨가 원하는 신체사이즈는「33-24-36인치」. 김씨는 이 목표달성을 위해 침대처럼 생긴 7개의 기구 위에 번갈아 누워 기구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다.
내장된 컴퓨터가 완급을 조절하며 반복적으로 작동시키는 이 기구의 이름은 일명「슬림토닝 시스팀」. 사람은 기구 위에 엎드리거나 누워있기만 하면 허리가 굽혀졌다 펴지고 다리가 꺾였다 펴진다.
『몸매관리를 위해 처음에는 에어로빅,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러나 에어로빅은 너무 힘이 들고, 다이어트는 배고픈 것을 참을 수가 없어 포기했어요.』
김씨는「땀 흘려 운동하거나 굶지 않고 몸매를 날씬하게 가꿀 수 있다」는 여성잡지 광고를 보고 이곳에 등록했다고 말한다. 슬림토닝 시스팀은 원래 미국 외과의사가 관절염 환자·지체부자유자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물리치료 기구. 그러나 한국에서는「뚱뚱한 몸매를 날씬하게 가꾸어 주는 신기의 미용기구」로 둔갑, 힘 안들이고 단번에 날씬해지려는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있다. 살을 빼기 위해 식사를 거르며 다이어트를 하거나 땀흘리며 에어로빅·수영 등을 하는 것은 이미 구 풍습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Y몸매관리센터는 서울과 대구에 7개 지점을 개설, 그 동안 1천5백 명의 회원을 배출했다. 지점마다 몰리는 신입 회원은 매달 평균 50∼60명. 이밖에도 서울 강남·명동지역에는 같은 기구를 사용하는 미용센터가 경쟁적으로 문을 열어 성업중이다.
1주일에 세 차례씩 2개월 단위로 회원을 모집하는 이들 미용센터의 입회비는 35만원선.
결코 싸지 않은 액수이나 여성들이 몰리는 이유는「날씬해지려는 절박한 욕망」과「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대여 성들의 편의주의 성향」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용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밖에 적외선 시설을 갖춘 여성전용 사우나, 뚱뚱한 부위에 지방분해 크림을 바르고 랩을 감은 뒤 열 적외선을 쓰여 살을 빼는 기구인「퍼모스트」「스매트」등을 갖춘 비만관리센터도 힘 안 들이고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에, 편승, 성업중이다.
이들 비만관리센터는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15회에 기구이용료는 30만원선.
개점 1년째인 서울 신촌의 C체형센터는 현재 1백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있으며 매달 30∼40명의 새 회원이 등록하고 있다.
이밖에도 몸에 바르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지방분해크림과 비누, 물처럼 마시면 날씬해진다는 중국 전래차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예 성형외과를 찾아 1백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내고 .부위별 지방흡입 수술을 받아 살을 빼는 여성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성형외과 의사들은『지방 흡입수술도 일시적 효과가 있을 뿐 지방질이 많은 음식 등을 섭취하면 다시 살이 찐다』며『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식생활을 개선하고 힘들더라도 땀흘리는 육체적 운동을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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