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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살포서 흑색선전법까지/불법조장 선거지침서 범람/50여종 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상당수 일서 베껴 우리와 안맞아/서점들 전문코너까지 마련 “불티”
올해 4대선거를 앞두고 시중에 불법 탈법선거를 조장하는 선거운동 선거지침서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서적중 상당수가 일본의 관련서적들을 무분별하게 번역한 것으로 현행 선거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각종 운동행위를 선거지침으로 내세워 불법·타락선거를 부추기는 결과를 빚고 있다.
현재 시내 각 서점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선거운동지침서는 50여종으로 이중 대부분은 「정치광고」「선거전략」 등의 이름을 내걸고 새로운 차원의 선거운동지침서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내용은 자금살포법·호별방문법·흑색선전법 등 불법·타락선거를 명백히 조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91년 2월 초판발행이후 지금까지 2만4천여부가 팔린 K출판사의 『과학적 선거전략』에서는 불법선거운동인 호별방문에 대해 『우리 선거풍토에서는 효과가 큰 운동방법』이라며 『적절한 호별방문은 득표를위한 확실한 수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를 위한 세부적 실천방안으로 ▲저녁시간 이후 밤10시까지 방문 ▲방문후 개인적인 감사 서신 발송 등을 알려주고 있다.
S출판사의 『선거오략』에서는 홍보물 배포방식으로 호별방문 배포,문틈에 끼워넣기,우편함에 밀어 넣기,다세대주택에는 2배수이상 투입하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N출판사 『정치마케팅』에서는 『자동차 스티커 붙이기,자동차안테나 선거용 깃발달기 등 옥외광고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선거자금과 관련,이들 서적중 일부는 『정치자금은 전쟁터에서의 실탄』이라고 규정하고 ▲막장의 광부처럼 자금통로를 확보할 것 ▲상대방의 자금 염출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등을 지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흑색선전에 대해서도 이들 대부분은 『당선을 위해서는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는 방법』이라고 밝힌뒤 『상대의 부도덕한 여성관계,부정한 정치자금은 상대방을 정치·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호재』라고 알려주고 있다.
D출판사의 『필승의 후보실천학』에서는 「표를 수확하는 실천활동」으로 ▲사랑방 좌담회 이용 ▲부녀자들의 계모임 공략 ▲전화 이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또 불법선거운동의 하나인 가정방문·전화 등을 통한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비용,운동원운용방안 등 세부사항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 종로서적 홍부주임 김남식씨(31)는 『지난해말부터 이들 서적들이 1주일에 1백부이상씩 팔려나가는등 급성장세』라며 『본격적인 선거철에 접어들면 현재의 선거지침 서적 전문코너를 대폭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서적들의 불법·타락선거 조장문제에 대해 B출판사 박모씨(42)는 『파벌정치가 발달돼 금권·흑색선전이 상례화되어 있는 일본의관련서적들을 무차별 번역,인용한 서적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밝힌뒤 『이들 서적들의 독자 대부분이 후보자·선거참모·운동원·정치광고입안자 등인 만큼 다가올 선거에 끼치게 될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유광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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