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밀월 가속 … 양국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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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右)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개최된 ‘중국의 해’ 개막 행사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두 정상의 뒤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와 러시아를 상징하는 불곰을 형상화한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연합뉴스]

"러.중 협력은 다른 모든 나라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중국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 커다란 만족감을 표시하며 한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사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외교.문화 등에 걸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후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2003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다. 후 주석은 27일 오후 모스크바를 떠나 러시아 중부 석유산업도시 카잔을 찾는다.

◆ 밀착하는 양국 경제=이날 정상회담 뒤 양국은 우주.철도. 금융. 관세 등의 분야에서 9개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이 공동으로 화성(火星) 탐사 사업을 추진하고, 철도를 이용한 러시아의 대중국 석유 공급을 늘리기로 하는 등의 합의였다. 양국 간 교역 규모를 증대하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0년까지 교역량을 600억 달러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러 교역 규모는 330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양국 경제 협력의 단골 메뉴인 에너지 협력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현재 러시아가 건설 중인 동시베리아 송유관의 중국 지선을 건설하는 문제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중국으로 가는 두 개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문제가 거론됐다. 양국은 또 모스크바 북동쪽에 3억 달러를 투자해 주상복합 센터가 중심이 된 차이나타운을 건설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견제 공조 강화=후 주석은 정상회담 뒤 "러.중 간의 전략적 협력이 국제적 다극 체제를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공조가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양국 정상은 특히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고, 외교적 방법으로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문화 협력도 확대=양국 정상은 회담 뒤 '중국의 해' 개막 공연에 나란히 참석했다. '봄의 향연'으로 명명된 이 공연에는 중국 전통 가요와 춤.발레.서커스 등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250여 명의 중국 예술인이 참가했다.

중국의 해 기간에는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30여 개 도시에서 200개 이상의 문화.학술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중국의 해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러시아의 해' 행사가 열렸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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