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포기 유도 「선제양보」/팀스피리트훈련 중지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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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대북전략 주도권 확보 호흡일치/전면중지·군축논의 본격화 계기 기대
한미 양국의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발표는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나 생각보다 빠른 결단이다. 이는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한 판단이 전제된 이른바 「선제양보」 성격의 조치로 볼 수 있으며 핵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한미 양국의 대 북한 전략주도권행사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팀스피리트훈련중지 가능성은 12·13 남북합의서 채택이후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간 긴장구도가 급격히 해소됨에 따라 지난달 16일 우리정부가 처음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팀스피리트에 연계시킬 의사가 있음」을 천명하면서 구체화됐다.
이번 결정은 그 이후 북한측이 보여온 합리적인 자세변화에 대한 화답이면서 그같은 변화를 재촉하는 유도조치내지 부드러운 압력으로 보여진다. 또 북측의 자세에 따라서는 앞으로 팀스피리트훈련의 전면중단,그리고 남북합의서에서 합의한 군축문제의 본격 논의가 개시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양국이 이처럼 팀스피리트훈련 중단방침을 예상보다 빨리 발표한 것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따른 것이지만 특히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여건조성을 위해 「한반도문제는 양 당사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의 확인으로도 풀이된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번 팀스피리트훈련 중단발표가 기존의 주한미군 제2단계 철수동결방침을 재검코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최근 미국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주한미군 2단계 감축동결 재검토는 고려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 76년 이후 계속 실시해온 연합기동훈련인 팀스피리트훈련은 ▲미군의 한국주둔 ▲연합지휘체제유지 등과 함께 한미간 연합방위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3개의 기둥 가운데 하나다.
팀스피리트훈련은 그 전신인 「포커스 레티나」(69년 3월 실시) 「프리덤 볼트」(71년 3월 실시) 훈련에 이어 카터 행정부 당시인 76년 6월 월남공산화로 인해 한반도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처음 실시됐다.
당시 4만6천여명이 참가한 이 훈련은 9차 훈련인 84년,20만7천2백80명이 참가,사상 최대의 훈련규모를 기록했으며 한국군은 해마다 미군의 약 2배 규모 병력을 참가시키는 반면 훈련비용은 미측의 약 3분의 1 가량인 1백50억원 정도를 분담해 왔다.
이 훈련이 처음 실시된 76년 이후 북한은 그 성격을 「북침용 공격훈련」이라며 미군철수와 함께 이의 중지를 계속 주장해 왔었다.
한미 양국은 이 훈련이 철저히 방어를 위한 훈련임을 강조해왔으며 이를 검증하도록 82년부터 이 훈련계획을 사전 북측에 통보하는 한편 참관도 요청해 왔었다.
북한이 그동안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주장해왔던 팀스피리트훈련이 일시 중단됨에 따라 북한도 최소한 이 문제로 내건 관계개선 거부명분은 사라지게 된만큼 앞으로 남북합의서 이행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줄지 주목된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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