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환영 열기에 휩싸인 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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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대구 만세!"

27일 오후 9시 대구시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광장. 숨을 죽이며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대구의 경사다. 이렇게 기쁜 날이 또 어디 있겠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농악대의 사물놀이와 록밴드 등의 축하공연이 이어지면서 공원은 축제의 장이 됐다. 오후 7시부터 대회 유치 기원 깃발을 들고 공원 주변을 뛰던 대구시청 마라톤클럽 회원 100여 명은 깃발을 흔들며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매서운 봄바람이 무색할 정도였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대구시가 마련한 마지막 행사에 참가한 시민 2000여 명은 밤 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쁨을 만끽했다. 가정이나 주점 등에서 TV를 통해 유치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와~"하는 함성과 함께 손뼉을 치며 유치를 환영했다. 2002년 월드컵 때의 흥분과 쾌감이 살아난 듯했다.

대구는 이날 온통 대회 유치 환영 열기에 휩싸였다.

김원식(46.회사원)씨는 "대구에서는 그동안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지하철 화재 참사 등 좋지 않은 뉴스만 나왔는데 이번에 이렇게 큰 경사가 생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부 정미영(36)씨는 "처음엔 관심이 없었지만 실사평가단 방문을 보면서 반드시 유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마조마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시민들은 "자랑스럽다""자부심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회 유치를 위해 뛴 사람들의 감동은 남달랐다. 대구은행 마라톤 클럽의 정희성(52.IT부장) 회장은 "시민의 열의가 집행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정 회장은 회원 200여 명과 대회 관람 서명을 받고 가두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지난해 말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대회 유치지원 활동을 벌였다. 대구시청 마라톤클럽의 정명섭(도시주택본부장) 회장은 "대구가 국제도시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며 반겼다. 실사평가단 앞에서 '꾸러기 육상대회'를 열었던 대구보육시설연합회 최정선(54.여) 회장은 "평생 이렇게 기쁜 날은 없었다. 대구를 바꿔 놓을 큰 사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회 개최 때까지 이 열기를 이어갈 프로그램을 만들 작정"이라고 밝혔다.

대회 유치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역 경제인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문영수(58)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가 대구 제품의 수출 증가와 투자유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인중 상공회의소 회장과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몸바사까지 직접 가서 유치위 활동을 직접 지원했다.

박봉규 대구시 정무부시장은 "'시민의 힘'이 큰 국제행사를 유치했다"며 "빈틈없이 대회를 준비해 대구의 역량을 다시 한번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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