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EALESTATE] 이주자용 단독택지 '고공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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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판교신도시 건설 현장

원주민에게 원가의 80% 선에 공급, 면적의 40%까지 점포를 넣을 수 있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판교신도시 75평짜리에 붙은 웃돈이 무려 10억원. 그러나 곳곳에 '덜컥수'가 도사리고 있어 잘못 손댔다가는 땅을 칭 수 있다는데

택지개발지구 내 이주자용 단독택지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정부가 택지지구에서는 이주자용 단독택지에만 점포 겸용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해 이 땅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택지는 택지개발사업으로 주택을 수용당한 원주민에게 보상 차원에서 조성원가의 80% 선에 공급하는 것이다. 대부분 입지 여건도 좋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웃돈을 포함한 총 투자금이 비싸고, 땅을 잘못 고르면 기대했던 수익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베스트하우스 고종옥 소장은 "점포 겸용 택지는 위치에 따라 임대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며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점포 겸용 택지 갈수록 줄어=정부는 2003년 1월 규정을 바꿔 택지지구에서는 점포 겸용 주택이 이주자용 단독택지에만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이 주택에는 전체 건물 연면적의 40%까지 점포를 넣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동탄 신도시(273만 평.2001년 12월 개발계획 승인)에서 1400필지가 공급됐던 점포 겸용 택지는 판교 신도시(281만 평.2003년 12월 개발계획 승인)에선 501필지로 크게 줄었다.

이 택지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량은 줄면서 이를 거래할 때 붙는 웃돈도 뛰고 있다. 올해 2월 필지별 추첨을 끝낸 판교 신도시 이주자 택지(75평)에 웃돈만 최고 10억원(분양가 3억9000만원)이 붙어 있다. 2005년 공급된 하남 풍산지구 이주자 택지(80평)도 분양가(2억9000만원)에 3억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주자 택지에 붙은 웃돈이 비싼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 이런 땅은 대로변 등에 배정돼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공과 주공은 앞으로 김포.파주 등 2기 신도시에서 1600여 필지의 이주자 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개발계획이 승인된 김포 신도시에선 아직 본격적인 거래는 없지만 5000만~6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농가 주택이 간혹 매물로 나오고 있다. 하반기 보상자가 확정되는 파주 신도시 건설 예정지 내 농가 주택(건평 35평, 대지 150평)은 현재 9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은 채 거래되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중개업계는 전했다.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택지지구 내 이주자 택지는 거래에 제한이 많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는 피해야 한다. 현행법상 이주자 택지의 경우 원주민이 토공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을 내지 않고도 1회에 한해 되팔 수 있다. 이를 매입한 투자자는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넘겨받을 때까지는 땅을 되팔 수 없다.

택지지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계약 체결일로부터 땅 소유권을 넘겨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2~4년 정도. 이때 땅 소유권을 넘겨받은 투자자는 이를 얼마든지 되팔 수 있지만 이 경우 양도세가 중과돼 사실상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박정현 세무사는 "건물을 짓지 않는 나대지 상태에서 땅을 되팔면 양도세가 60%로 부과된다"며 "이런 땅은 건물까지 짓겠다는 각오로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자 택지 공급은 '보상 착수→대상자 선정→택지 추첨→계약' 등의 단계를 거친다. 이 때문에 계약 체결 전인 '딱지' 상태의 입주권을 매입하면 나중에 공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낭패를 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거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권리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입주권은 위험 부담이 크다"며 "웃돈을 더 주더라도 계약이 끝난 전매 물량을 사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투자 유의사항=이주자 택지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면 웃돈이 지나치게 많이 붙은 땅은 피하는 게 좋다. 웃돈이 비싸면 투자비 대비 임대 수익률이 낮다.

예컨대 이주자 택지 70평을 7억9000만원(웃돈 4억원 포함)에 매입해 3층 규모로 건물(건폐율 60%, 용적률 180%)을 지을 경우 건축비(평당 270만원)를 포함한 총 투자비는 12억4000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월 임대료 수입이 700만~800만원을 넘어야 연간 8%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분당에서 입지가 좋은 점포주택도 월 매출액이 500만~6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며 "웃돈이 땅값의 60~70%를 넘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하려는 땅의 위치 선정도 중요하다. 같은 대로변 땅이라도 사거리가 아니라면 수익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다. 상업지역과 불은 땅이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아 임차인을 구하는 데 유리하다.

투자 체크포인트

-택지지구 면적 대비 점포주택 비율이 낮은 곳이 유리

-대로변, 상업지역 주변 등 임대 수요 많은 곳 골라야

-단기 차익 등 욕심 버리고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합법적 입주권이라도 이중매매된 사실 없는지 확인

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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