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협 대표 이한빈 전부총리(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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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권선거 시민힘으로 막자”/“향응후보는 낙선”분위기 조성/공무원 중립적 자세 적극 유도
올 한해를 국민주권의식 시험시기라 규정하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3월 14대총선,상반기중 양대 지방자치단체장선거,12월의 대통령선거등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국 단위의 4개선거를 한해에 몰아치러야 하는 첫경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완전한 정착을 얘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은 이기간 쏟아질 돈과 흔들릴지 모를 한국경제를 우려한다.
임신년 초입에 이한빈 전부총리(66)를 만나 92년 「선거의 해」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들어 보았다.
이 전부총리는 30대 재무부예산국장(제1·2공화국때는 경제기획원이 없었고 예산국은 재무부소속이었음)에서 40대 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숭전대총장,50대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사장,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생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또 「자유지성 3백인회」「공명선거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시민단체연합인 「공명선거협의회」(공선협)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92년은 정부와 정치권에 시민이 공명선거를 강요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시민에 의한 공명선거」를 강조했다.
『한국사회를 시민들이 공동경영해 나간다는 마음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전부총리의 첫마디는 바로 「시민의식」이었다.
­올해 치르게 될 네차례 선거의 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나는 세가지 선거로 개념화시키고 싶어요. 총선과 대통령선거,지방자치단체장선거지요. 자치단체장선거를 광역과 기초로 나누는 것은 정치·행정적편의상의 구분이지 선거자체를 따로 떼어 치를 성격이 아닙니다.
국회의원·대통령선거는 우리사회 민주화를 확정짓는 절차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치단체장선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지방의회선거에 이어 올해 단체장선거까지 잘 마무리지어야 진정한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내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6공화국정부의 참된 평가는 이 3대선거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치르면서 물가요동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6공의 역사적 사명이 외치에서는 북방·통일정책이고,내치에서는 지방자치·물가잡기임을 분명히 하고 싶군요.
­민주적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합니까.
▲해방 45년의 통폐이고 후진국정치의 악습인 공무원의 선거개입이 사라져야 합니다.
시민 입장에선 유·무형의 공무원 선거 개입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운동을 벌여 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통·반장을 포함,경찰·지방공무원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도 선거에 관여하지 않으면 스스로 직무유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이들의 태도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정권담당자·정당의 페어플레이정신이 선행돼야겠죠.
­유권자의 의식측면은 어떻습니까.
▲후보가 제공하는 돈이나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향응제공후보는 오히려 선거에 불리하다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유권자가 나서줘야 하겠죠.
언론과 종교계등 사회공론 조성계층이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의식캠페인을 끈질기게 벌여줘야 하겠습니다.
유권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시민감시단체가 돈에 의존해 선거운동하는 후보들을 무자비하게 떨궈내는 일을 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선거법이 허용하는 한 시민감시단체의 활동이 최대한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 공선협활동을 하면서 기초·광역의회선거를 감시하셨는데 평가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기초의회선거는 정당배경없이 치른데다 기초의원직이 별스런 자리가 아니어서 그런지 공명선거 시민운동이 상당히 먹혔고 잘 끝났습니다.
광역선거때는 정부와 정당들이 전력을 기울이고 정치열기가 주입돼 혼탁분위기가 재연됐었지요. 여당은 보이지 않는 관권프리미엄을 이용했고 야당은 야당대로 사생결단식이었죠.
아직도 아쉬운 것은 불법을 범한 후보가 선거뒤에는 더 이상 책임추궁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직당국의 녹슨 칼도 문제지만 선거때만 반짝 캠페인을 하는 언론도 반성해야 돼요.
「불법은 끝까지 추적해 응징한다」는 끈질긴 자세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공명선거운동을 하면서 받는 제약같은 것은 없습니까.
▲지난해 지방의회선거때 구체적인 불법사례증거를 확보해 고발했던 시민단체의 청년들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했다고 오히려 구속된 일이 있었습니다.
명백한 정치적 목적을 띤 「민자당후보 낙선운동」같은 것이 아니라면 「불법선거운동후보 떨어 뜨리기」같은 운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의 도덕성을 갖춘 공명선거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인정해줘야죠.
­기초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선거의 동시실시에 대해 정부·여당측은 정당참여방식이 달라 법적으로 어렵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동시선거를 못할 이유가 없어요.
정말 선거횟수를 줄여 경제주름살을 펴고 순수한 지방자치를 뿌리 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는거죠. 법적문제운운은 핑계예요.
말나온 김에 기초든,광역이든 지방선거엔 정당운동을 배제했으면 좋겠어요. 정당배경을 가진자의 출마는 허용하더라도 지방자치는 중앙정쟁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합니다.
­돈 덜쓰는 선거를 위해 왜곡된 정치자금흐름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데요.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후원회가 활성화 돼야겠어요. 야당이 주장하는 공개후원인에 대한 정보기관 사찰같은 것이 있다면 문명국의 자존심으로 하지 말아야죠. 또 단 몇사람이라도 좋으니 나는 얼마쓰겠다고 공개하고 실천하는 후보를 발굴해 대폭 밀어줘야 합니다. 구체적 모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돈을 써야 당선될 수 있다는 미신을 타파해야해요.
­선거인플레도 걱정거리입니다.
▲좀 과장되게 얘기해 볼까요. 올해 선거에 약 5조원이 풀린다고 하는데 네번 선거를 자치단체장 동시선거로 세번으로 축소한다면 1조원이 줄어듭니다. 자원봉사운동원이 나와 제 도시락들고 제 교통비 쓰면 2조원이 더 줄어들거요.
그러면 물가는 올해보다 조금 올라간 15%선에서 잡을 수 있어요.
어림 예상대로 30%까지 올라간다면 큰일입니다.
­선거의 해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지요.
▲노태우 대통령의 행정부가 물가 15%선을 잡으면서 세 종류의 4대선거를 공정하게 치러낸다면 노대통령은 임기중 가장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선관위와 검찰은 불법·돈뿌리는 선거를 하면 가차없이 끝까지 따라가 당선무효시키는 엄격성을 갖춰주길 바랍니다.
또 특히 내무·치안·검경·세무공무원들은 문명국 공무원으로서 자중자애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엄정중립을 지켜주길 호소합니다.
무엇보다 유권자·시민단체·언론과 종교계 등이 나서 주권이 살아 숨쉬는 한해를 만들어가 주길 당부합니다. 물론 저도 1년 활동중 가장 많은 부분을 공명선거 치르기에 전념할 것입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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