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7일 방일/시장개방 노리는 “경제사절단장”(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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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동차수입등 6개부문 강력요구/“최대한 협조” 일 정부선 대책 부심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일본 시장개방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오는 7일 일본을 방문한다. 지금까지의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경제계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온다. 마치 경제사절단 같다.
부시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은 크게 6가지로 대별된다. 자동차와 그 부품,대미수출자율규제,쌀·컴퓨터 등 정부조달확대,초전도 초대형 입자가속기 개발자금협력,미일 무역구조 조정 등이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수입확대는 부시 대통령의 방일성패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의 7할이 자동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를 대표하는 제너럴 모터스(GM)가 7만4천명의 인원감축과 21개공장을 폐쇄할 정도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의 각종 수입기준·인증 및 수입절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장벽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일본의 까다로운 기준·인증제도·배기가스규제 등이 미국의 대일 자동차수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미 수출자율규제도 현안이 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공작기계·철강·섬유 등 4개업종에 대해 대미수출 자율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에서 4년내 폐지키로 한 분야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8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섬유와 내년부터 다자간 협상으로 이관되는 철강을 제외한 자동차·공작기계의 자율규제는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쌀시장 개방이다. 농업보조금문제로 유럽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은 개방자체를 반대하는 한국과 일본에 개방압력을 넣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대해 일본정부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는 지난 1일 동경시내 한 호텔에서 정부관계자들과 부시 미 대통령의 방일대책을 협의했다. 이자리에서 실무관계자들은 양국간 실무접촉결과,자동차 및 부품수입확대,경기확대,쌀시장 개방문제 등 경제분야에서의 의견차이가 아직 크다고 보고했다.
미야자와 총리는 6일까지 각부서가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부시 방일에 미야자와총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정권퇴진으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고있다.
일본은 정계·재계·관계가 각각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한뒤 발표하거나 슬그머니 언론에 흘려 미국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
일본은행이 최근 은행재할인율을 연 5%에서 4.5%로 0.5%포인트 내린 것이라든지,부동산 융자규제를 푼 것 등은 미국을 의식한 것이다.
자동차분야에서도 여러가지 안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수출축소·대미 부품조달확대,수입차에 대한 보조금지급,자동차 및 부품 수입기준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성은 ▲대미 자동차수출 자율규제(연간 2백30만대)는 그대로 두되 올해 수출은 지난해 실적(약 1백80만대) 이하로 한다 ▲미국산 자동차 부품구입계획을 확대한다 ▲미 기업의 일본내 판매·유통·개발거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업계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쌀시장의 경우 개방은 하되 부분개방을 하려는 것이 일본의 속마음이다.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 농업분야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 완전한 쌀시장 개방을 받아들이기보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선을 고집할 전망이다.
이밖에 일본은 내수경기진작이나 정부조달부문의 경우 재할인율 인하와 외국기업의 정부조달부문 참여확대로 미국에 일단 성의를 표시,미국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
초전도초대형 입자가속기 건설자금의 경우 올 예산에 반영돼 있지는 않으나 일본으로서는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금방 실행할 수 있는 문제다. 부시 대통령이 안고 돌아갈수 있는 선물꾸러미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과거와 달리 협조적이긴 하나 양측의 시각차가 너무 큰데다 무역적자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어 부시 대통령의 방일로 대일 무역마찰이 일거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일본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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