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터닦기 외교행차/2년9개월만의 방한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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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경제 불만 의식 통상문제에 비중/급진전 남북한관계 대응책 협의 할듯
부시 미 대통령이 5일부터 7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은 2년9개월만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시아에 대한 균형된 관심을 보여주고 아시아의 질서재편과 관련해 우방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기 앞서 국내경제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방문국에 대한 통상압력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일부의 고립주의적인 경향에 대해 세계지도국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 연말 남북한간의 급속한 관계진전이 이루어진 직후라는 점에서 외교 안보적인 협력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모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동북아 진출이나 한국의 안보현실로 보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안보협력관계가 흔들릴 수는 없지만 남북관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양국정상은 먼저 양국간 안보협력관계가 공고하다는 점과 미국의 전진배치전략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하고,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정상은 지난 연말까지 계속된 남북비핵화공동선언과 북한의 핵사찰수용 약속 등을 검토하고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문제를 실행할 경우 지난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유보했던 주한미군의 2단계 감축을 예정대로 이행하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내년 팀스피리트훈련을 중단하는 문제도 협의될 예정이다.
특히 한미 양국은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군축 등이 이행될 경우 양국 안보관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반도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성의를 보이는 이상 계속 고립시키기 보다는 개방으로 끌어내는 것이 지역평화에 유익하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미일 등의 대북한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한국측과 협의된대로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면 접촉수준을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장소도 뉴욕으로 옮기는등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일본도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것과 보조를 맞춰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며 지역분쟁의 위험을 더는 것이란 점을 고려해 관계개선의 속도에 대한 조율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여기에는 한중관계의 정상화도 한 변수로 작용해야 하며,이같은 교차승인의 완성으로 지역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구상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이미 두차례(7,9월)나 회담을 가졌고 핵문제·북한 문제 등이 모두 논의됐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번 방한은 통상문제에 비중이 실려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대만에 이어 미국의 대아시아 교역국 3위라는 점에서 통상압력의 목표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미국의 무역흑자국으로 전환하고 있어 양국 모두 「건전한 무역관계」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며,따라서 정부는 통상문제는 정상회담에선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실무적인 차원으로 돌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무엇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대한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루과이라운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물,특히 쌀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겠지만 한국으로서는 원칙적인 협조약속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또 금융시장개방·통신·지적소유권·조선·다단계판매방식·통관절차등 그동안 양국간에 논란이 돼온 문제들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으며 한국측 과학기술협정 서명을 계기로 기술이전에 대한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호주 국회연설에서도 미국인들에게 더많은 고용기회를 주기위해 왔다고 미국 내용발언을 노골적으로 한점에 비추어 재선를 겨냥한 부시측의 발언강도는 상당히 거칠고 고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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