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산 철새관람객 유치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금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가 철새 탐조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천군이 2000년 철새 탐조대를 설치해 운영 중인 가운데 군산시가 최근 금강변에 대형 철새 조망대를 설치하면서 양 측의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양 측의 탐조시설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4km 정도 떨어진 채 마주서 있다.

◇ 군산시=시는 금강 하구 철새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1백5억원을 들여 성산면 성덕리에 11층 건물 높이(56m)의 철새조망대(연면적 1천1백50여평)를 설치, 지난 10월 2일 문을 열었다.

서울의 남산타워 형태로 8층까지는 빈 공간이고, 9~11층에 영상관.생태교육 강의실.조류 전시실.휴게실.레스토랑 등을 갖춘 이 건물은 11층 조망대(86평)와 9층 레스토랑에 대형 망원경 9대를 설치해 철새 관찰을 하도록 했다.

이곳엔 요즘 평일엔 9백여명, 주말엔 4천여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관람객 가운데 절반은 다른 지역 주민들이다. 군산시는 이 시설 운영을 위해 별도의 조직(금강 철새 생태관리사업소)까지 설치했다.

시는 연말까지 철새조망대를 무료로 운영한 뒤 내년부터 입장료(2천원)를 받을 예정이다. 또 망원경을 이용하려면 요금(2분에 5백원)을 내야 한다.

시는 탐조대 홍보를 위해 내년 12월쯤 20여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철새 페스티벌을 열어 희귀 조류 전시회와 철새 체험학습 등을 가질 예정이다.

철새 생태관리사업소 김진권 팀장은 "우리 조망대가 규모나 시설면에서 서천 것보다 월등하다"면서도 "서천군과 탐조객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서천군=군산시가 조망대를 설치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군산의 조망대 설치 이후 마서면 도삼리에 있는 탐조대(2백11평)를 찾는 관람객이 평일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줄었다. 주말 관람객도 하루 5백여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탐조대 안에 있는 휴게실과 영상관 등은 개점휴업 상태다.

주민 양정미(36.서천읍 군사리)씨는 "이왕이면 다양한 시설을 갖춘 군산 쪽 탐조대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천군은 군산에 탐조객을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6일부터 철새탐조대에서 야생 조류 박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강하구 철새도래지에서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 유명한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까지 10km 구간을 생태공원으로 조성, 생태체험 시설과 철새 탐방로 등을 설치키로 했다.

서천군 환경관리계 김광진 계장은 "철새가 사실상 서천 쪽에 몰려오기 때문에 군산탐조대에서는 관찰하기가 어렵다"며 "서천 쪽에서는 망원경이 없어도 철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금강 하구 철새도래지=천수만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꼽힌다. 둑을 중심으로 강 상류 쪽에는 해마다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큰고니.검은머리물떼새.청둥오리.가창오리.논병아리 등 50여종, 50여만마리의 철새가 모여든다. 군산 쪽 금강은 수심이 깊어 철새가 거의 없고 주로 서천 쪽에 서식한다.

서천=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