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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선소감-조재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사람들 사이의 명료한 직설법의 대화가 나를 외롭게 했다. 너무 날이 서 있어서 그 근처를 지나지도 못했다. 복학하고 나서는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되도록 안 그런 척 웃으며 다녔지만 가슴은 심하게 베어져 집에 돌아와서는 쓰러져 누웠다. 내 목소리는 여전히 어눌했고 숨은 가빴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란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하나를 가지면 둘 이상을 잃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하나조차도 갖기가 두려웠다.
정신없이 버리기 시작했다. 공허가 포만감의 몇 배 이상의 희열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품을 내려고 마음먹기까지, 겉봉에 풀칠을 하기까지 나는 몇 번을 망설였다.
스승님의 얼굴을 떠올렸고 다시 봉투를 뜯기도 했다. 중앙일보사 건물 주위를 다섯 번쯤 돌며 걷다가 건물 안에 들어섰다. 그래, 아픔이야 이제 만성이 되지 않았던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당선 통보를 받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쳤다.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를 공부하면서 가진 아픔과 좌절이 결코 가벼웠던 것은 아니다. 오규원교수님, 김혜순 교수님께 너무나 많은 빚을 지고도 차용증서 내지는 각서조차 아직 쓰지 못한 상태에서 감당하지 못할 부채를 또 짊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래도록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손성기선생님, 김교환선생님, 여고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며 십년 가까이 안부를 전해주던 후배 미하, 작품을 프린트해 주면서 원고 마감일을 신경써 준 광현이, 군 복무에 열중하고 있을 한석이, 문예창작과 친구들과 후배 제위께 이 소식을 전한다.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약력>▲65년 서울 출생 ▲현 서울예술전문대 문예창작과 2년 재학 ▲본명 조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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