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연다"(6)-첨단과학기술 연구현장을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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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곳은 생물체를 다루는 연구실입니다. 따라서 모든 동작을 조용하고 엄숙하게 해야겠지요.』 유전 공학연구소(대덕 연구단지내)발생공학 연구실장 이경광박사(42·일본북해도 대졸)는 첫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실험장비들에서 나오는「웅」하는 기계음을 빼고는 쥐죽은듯이 조용한 연구실. 흰 가운을 걸치고 수술용 비닐 위생장갑을 낀 연구원들. 옆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하얀 실험용생쥐들이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처럼「찍」소리한번 안내고 늘어져 있다.
실험실 한쪽구석에서 「마이크로 메니플레이트」라는 대형 현미경모양의 첨단장비를 이용, 수정란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있는 여성연구원의 진지한 모습이 눈에 띈다.
유전공학연구소 4층에 위치한 발생공학연구실의 평소모습이다. 지난 89년 발족된 발생공학 연구실에는 현재 이실장을 비롯해 유대열씨(38·일본 금택대졸) 김선정씨(30·한국과학기술원졸)등 박사급 3명, 한용만씨(35·건국대졸)등 석사급 3명과 대학을 갓 졸업한 3명의 연구원을 합해 모두 9명이 일하고있다.
인적구성으로 봐서는 다른 연구실과 별 차이 없지만 각 연구원들에게 전공과 성격에 맞게 역할을 나눠줘 특정분야의 일만 맡기는 것이 이 연구실의 조직상 특징이다. 따라서 개인당 연구과제 수는 많아지지만 연구원들은 한가지 분야에 전념할 수 있다.
연구실의 홍일점인 박정맹씨(22·대전보건 전문대 졸)의 경우 여성연구원답게 가장 민감한 분야인 유전자의 미세조작을 맡고 있는데, 막내이면서도 그 분야에서는 세계적 전문가라고 주위 연구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할 정도.
발생공학연구실의 연구목표는 「빨리 크고 고기가 연하며 양이 많은」고품질·고생산성의 신종가축과 「네발 달린 제약회사」로 불리는 의약품 생산용 동물을 개발하는 것. 따라서 연구과제도 ▲형질전환 동물생산 ▲미세조작된 수정란 장기보전기술 ▲간염·간암에 걸린 실험동물 개발 등이다. 특히 형질전환 동물생산은 발생공학 연구실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분야로 젖소의 유전자를 조작, 모유와 단백질 조성비율이 같으면서 인체성장 호르몬·항생제·항균제등도 추출할 수 있는 우유를 만들어내는 신종 젖소를 개발하는 것.
『최근 실험용 생쥐에 적용해 성공했다』며 자랑하는 이실장앞에 서둘러 복사해 온 듯한 논문 하나가 놓였다.
「유전자 조작된 젖소의 우유에서 신체활성물질을 얻는다」는 타이틀이 붙은 네덜란드의 논문을 본 유박사는『이미 구미 선진국은 10여년전부터 이 분야에 대해 국가적으로 집중투자해 왔다』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체의 지원이 미흡한 점에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유박사는 『첨단과학, 특히 유전공학분야는 적어도 10년은 충분히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생공학연구실은 인류의 식량문제를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실험용 생쥐와 시약, 비이커 가운데서 땀을 흘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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