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세요?] ① 전자식 주행안정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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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는 달리고 서는 기능 외에도 안전이 중요한 기능으로 부각된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수요를 충족해주는 것이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다.

처음 이 장비를 개발한 것은 독일의 자동차 부품 메이커 보쉬(Bosch)다. 1995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처음 얹어 선보였다. 최근엔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가 모델에 따라 전자식 주행안정 장치를 기본 또는 옵션으로 마련하고 있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는 수동.능동 안전장비로 나뉜다.

수동적 안전 장비는 안전벨트나 에어백 등 사고가 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비다. 반면 능동적 안전 장비는 사고를 미리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ABS(브레이크잠김방지시스템)나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해주는 TCS(구동력제어시스템)가 대표적이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는 한 발 더 나아가 미끄럽거나 급하게 휜 길에서 차가 좌우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ABS.TCS 기능에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각종 센서가 달려 있다. 따라서 차가 코너를 돌 때 미끄러지면 센서와 일종의 컴퓨터인 전자제어장치(ECU)가 미끄러짐을 감지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잡아 준다.

길이 미끄럽거나 속도가 너무 빨라 가고 싶은 방향에서 이탈할 경우 ECU가 알아서 각 바퀴에 필요한 만큼의 제동을 걸고, 엔진의 출력까지 줄여 차체가 균형을 잃지 않고 코너를 돌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전자식 주행안정장치가 제 아무리 뛰어난들 물리법칙까지 거스르진 못한다.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 장비의 효용성은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됐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협회(IIHS)는 자동차에 ESP를 달 경우 승용차와 SUV의 단독 교통사고를 각각 34%, 59% 감소시킬 수 있고, SUV의 전복사고는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ESP 장착률이 40%, 독일은 72%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의 ESP 장착률은 2004년 3%에서 지난해에는 13%로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고급차에 편중돼 있다.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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