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득점 탈락자 재수사태 예고/92학년도 전기대입시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과열과외 막는데는 긍정적 효과/너무쉬운 출제 부분적 보완필요
92학년도 전기대입시가 29일 서울대의 합격자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입시는 학력고사사상 가장 쉽게 출제돼 3백점이상 고득점자가 합격자만 1만2천명선에 달했고 불합격자를 합치면 1만5천명선에 이르는 「고득점홍수」를 기록했다.
상·중·하위권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대학의 합격선이 20∼30점이라는 유례없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난이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학력고사의 출제관리를 맡고 있는 중앙교육평가원은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과열과외를 식히기 위해 그동안 대학의 선발기능에 치중돼온 입시에 변혁을 꾀했다고 밝히고 일선고교에서도 이같은 변화를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대에서는 3백점이상 고득점자가 2천5백95명이나 탈락하고 수험생들의 우열을 가리는 변별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나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대의 이같은 사정은 합격자들의 성적분포에 잘 나타나 있다.
변별력의 한 척도인 합격자의 성적분포(예체능계 제외)가 지난해에는 최고 88점 차이를 나타냈으나 올해는 68점으로 좁혀진 가운데 3백10∼3백25점대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비대해졌다.
서울대측은 이처럼 합격선근처에 동점자들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합격자를 가리는데 동점처리의 마지막기준인 생년월일까지 따지는 기현상이 발생했으며 동점자탈락이 전체합격자의 6.4%인 3백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백충현 교무처장은 『학력고사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아 서울대의 경우 수험생들의 우열을 가리는데 다소문제가 있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어떤 관계자들은 이번 시험이 상당수 학생들의 경우에 실력경쟁이라기보다 「실수경쟁」이었다고 지적할 정도다. 그러나 포항공대 정성기 교무청장은 『조사결과 학력고사와 대학성적은 상관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문제가 쉽다고 우수한 학생이 떨어지고 엉뚱한 학생이 합격하는 것이 아닌만큼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입시 결과는 또 선지원 후시험제 실시이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고득점재수생을 다시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상위권대학의 고득점탈락은 비슷한 집단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것이기는 하지만 쉬운 출제방침과 맞물려 중위권에까지 재수심리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많은 입시관계자들은 「쉬운 출제」라는 기본방침은 유지하면서 상위권학생들을 고려해 수학·영어과목에서 다소 변별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덕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