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지원 사업의 새물결] 우리나라 메세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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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의 메세나는 아직 초보 단계다. 외국의 경우 최소한 5년간 지원해 줘야 소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설로 돼 있는 것과는 달리 장기 프로젝트보다 일회성.홍보성 이벤트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회장 박성용)에 가입해 있는 기업은 1백50여개. 지난해 총지원액(비회원사 포함)은 7백20억여원이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아직 못 미치는 액수다. 그나마 상업예술 쪽에 지원금이 몰리다 보니 클래식 음악의 경우 1997년 2백35억원에서 지난해 91억여원으로 무려 60%나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메세나 규모보다 그 양태다. 현재 우리 메세나 활동의 대부분은 특정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진 최고 경영층의 개인적 애정과 이해에서 비롯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일부 문화예술 단체에서는 실무자보다는 경영진과의 '직거래'를 선호한다.

반면 선진국 기업의 경우 주로 마케팅 전략과 메세나를 연관시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필립 모리스사는 팝아트에 이어 재즈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는 모두 마케팅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아티스트에게 지원이 몰리는 문제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기업의 전략상 일부 불가피한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일관성 없이 모호한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거나 '소액 다건주의'(여러명에게 작은 돈을 나눠주는 방식)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사고에서 탈피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메세나는 그 자체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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