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등급제 있어야 대입 내신 의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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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무(사진) 서울대 총장이 "내신이 (대입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고교 간 (학력)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며 '고교등급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주말 총장 집무실에서 본사 기자와 40여 분 동안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해외 유수 대학 중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곳은 없다"며 "(내신 선발 방식은) 이 시대에 맞는 특별한 인재를 죽이는 입시제도"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총장이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는 처음이다.

이 총장은 해외 주요 대학의 사례를 들며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은 편집자 주).

-현행 입시제도를 어떻게 보는가.

"내신.수능.논술 모든 것을 하느라 불필요하게 (학생들의) 노력이 낭비된다.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여러 가지를 제약해 입시제도가 엉망이다."

-서울대는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데.

"골고루 잘하는 사람, 평준화 수업에 뛰어난 학생 중심이다. (대입에서) 내신 중심으로 선발하려면 고교등급제가 있어야 한다. 3불을 해제해도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이 본고사로만 획일적으로 뽑지 않을 것이다."

-한국처럼 입시를 규제하는 나라가 없다고 한다.

"해외 대학 총장들을 만나면 다양한 인재 선발 방식을 듣게 된다. 미국은 입학사정관제를 하면서 고교등급제를 한다. (대학이) 고교 프로파일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런 걸 (우리에겐) 못하게 하는 거다."(※미국은 공식적으로 주.전국 단위로 고교 등급이 매겨진다.)

-일본.중국은 어떤가.

"도쿄(東京)대는 국가고사와 본고사로 학생을 선발한다. 게이오(慶應)대의 경우 고교별로 추천 인원을 정한다. 한 명만 추천할 수 있는 고교도, 세 명을 추천할 수 있는 고교도 있다. 사실상의 고교등급제다. 중국 칭화(淸華)대는 지원자 중 원하는 학생들이 대학 주관의 본고사.면접시험을 쳐 당락을 결정하는 가산점을 얻는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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