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글로벌증시] 동유럽, 천연자원 무기로 고공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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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펀드투자자들에게 동유럽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우리CS운용이 '우리CS EasternEurope주식Class'를 내놨다. 이후 지난 9일과, 13일 각각 미래에셋맵스운용과 신한BNPP운용도 동유럽펀드를 시작했다.

동유럽은 유럽연합(EU)이라는 광범위한 내수시장과, 원유.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매년 5~6%의 안정적인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경제성장률이 평균 6.9%다. RTS지수는 2001년부터 해마다 50% 이상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 주요 기업의 이익률은 매년 50~70%로 증시 상승률을 훌쩍 넘어선다.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RTS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13.5, 미국이 16.8, 중국 상하이A지수가 3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우리CS자산운용의 김영준 해외투자운용팀장은 "러시아 주식이 엄청나게 올랐음에도 PER가 낮다는 것은 기업이익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는 것"이라며 "결국 러시아 기업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체코.헝가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국가의 많은 기업이 러시아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가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러시아 경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중 폴란드는 최근 2년간 매년 7%씩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 지수인 WIG20도 러시아 RTS지수와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 체코는 유럽연합(EU) 가입 뒤 경제성장의 가속도가 붙은 대표적 동유럽 국가다. 대표 지수인 PX는 금융업.소비재업을 위주로 구성돼 있어, 에너지 등 천연자원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여타 동유럽국가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PX지수 역시 러시아 RTS지수를 많이 따라간다. 헝가리는 다소 조심스럽다. 이곳 증시(BUX)도 해마다 30%씩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최근 들어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선진국의 운용사들은 동유럽시장에서 헝가리 주식 비중을 조금씩 축소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동유럽펀드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위험도가 크다. 지역 특성상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전체의 30%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펀드수익률이 국제 원유가격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세계 투자가들이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MSCI글로벌지수에서 동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며 "수익성이 높긴 하나 분산투자의 일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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