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이 남자 손맛, 한국 주부 눈길을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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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요리로 유명한 제이미 올리버.

귀엽게 생긴 금발의 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집에서 튀김 요리를 한다. 잘 먹게만 생겼지, 요리에는 별로 솜씨가 없을 것 같다.

"원래는 튀김용 젓가락을 써야 하지만, 에이, 저는 그냥 손으로 할게요."

"브로콜리는 조심해서 다뤄야 하지만…, 요리하다 보면 어차피 뭉개질 테니 그냥 편안하게 씻으세요."

계량용 저울 하나 없이 정말 편안하게 요리를 하는 그 남자. 제대로 음식이 될까 싶지만 몇 분 후 나온 완성작은 놀랄 만큼 훌륭하다.

영국의 '얼짱'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제이미 앳 홈'이다.

최근 국내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이처럼 해외에서 제작된 요리.살림 관련 방송 스타들의 프로그램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요리사 출신의 스타' 레이철 레이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서적.인터넷에서 불어오기 시작한 그들의 인기가 젊은 주부 사이에서 더욱 높아지자 채널마다 이들의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부 스타들은 이미 인터넷에 팬 카페가 조직돼 있을 정도다.

비록 국적은 달라도 요리라는 '만국 공통어'가 주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제이미의 악동클럽='천재 요리사' '요리계의 베컴' '훈장받은 요리사'…. 올해 서른두 살의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를 일컫는 말이다. 1999년 자신이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 '네이키드 셰프(The Naked Chef.BBC)'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잘생긴 외모 외에도 특유의 유머 감각과 편안한 요리 스타일 등이 그의 매력 포인트. 간을 맞출 때도 절대 계량을 하지 않고 손으로 팍팍 재료를 넣으며 "요리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정성만 있으면 된다"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식당을 하는 부모 밑에서 4세 때 요리를 시작해 16세 때는 외식 분야로 유명한 웨스트민스터 캐이터링 칼리지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 라이프 스타일 전문 채널 올리브에서 그의 요리 비법을 통째로 배울 수 있는 '제이미스 키친'에 이어 '제이미의 악동클럽'을 방영 중이다.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 15명을 요리사로 키워 이들과 함께 레스토랑 '피프틴'을 세우는 과정을 그린 리얼리티 쇼다. 출연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요리 정보도 쏠쏠하다. 한편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접대 요리를 선보이는 '제이미 앳 홈'은 온스타일에서 방송 중이다.

'마사 스튜어트 쇼'에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출연, 불고기 조리법을 소개하는 모습.

◆마사 스튜어트 쇼=평범한 가정 주부에서 억만장자 CEO가 된 여인, 오프라 윈프리처럼 자신만의 노하우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방송인이 마사 스튜어트다. 미국 코네티컷에서 출장요리 사업을 하던 그는 요리뿐 아니라 집안 인테리어, 정원 가꾸기 등의 내용으로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유명해졌다.

1990년 타임워너 출판사와 제휴해 '마사 스튜어트 매거진'을 낸 뒤 97년 본인이 직접 MSLO(마사 스튜어트 옴니 미디어)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강점은 집안 살림뿐 아니라 쇼핑, 취미 생활 등 주부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 자신의 쇼에 유명 인사를 초청해 놓고도 대화는 철저히 주부의 관점에서 이끌어 간다.

2002년 주식 부당 거래 혐의로 구속됐으나 출소 후 재기에 성공해 이전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 전문채널 스토리온에선 최근 제작된 '마사 스튜어트 쇼'를 방영하고 있다. 좋은 과일 고르기, 카드 만들기 등 매회 주제를 정한 뒤 제시카 알바.우피 골드버그 등 유명 인사를 불러 이야기를 풀어간다. 칠판 정리함 만들기, 석류 칵테일 만들기 등의 실생활 정보도 제공한다.

◆레이철 레이 쇼=레이철 레이는 정통 요리사 출신의 토크쇼 진행자다. 미국 매사추세츠 해안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항상 음식을 접하던 그는 20대 초반 뉴욕 한 백화점의 음식 코너 매니저를 거쳐 정통 요리사의 길을 걸어 왔다. 호감을 주는 인상과 빼어난 말솜씨로 방송 관계자에게 캐스팅돼 '요리'를 주제로 한 토크쇼를 하게 됐다.

레이철 레이 쇼는 매회 유명 인사를 초청, 이들이 선택한 요리를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들며 레이철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이 쇼는 미국 방송계의 거물인 '오프라 윈프리 프로덕션'에서 제작한다. 첫회에 오프라 윈프리가 게스트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짧은 시간 동안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19일 올리브 채널에서 방송이 시작됐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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