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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3 영화계] 한국영화 '꿈의 점유율' 50% 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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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를 향한 관객의 사랑이 여전히 뜨거웠던 한해였다. 영화투자사 아이엠픽쳐스에 따르면 11월 30일 현재까지 한국 영화 점유율은 49.7%. 지난해의 45.4%에 비해 4.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맞아 여름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은 덕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0월 한달 동안 한국 영화 점유율이 70%를 넘는 기현상을 보였다. '살인의 추억''올드보이'등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스캔들''황산벌'을 중심으로 이른바 '퓨전 사극'바람이 불기도 했다. 중앙일보 영화팀이 주요 뉴스를 통해 2003 한국 영화계를 정리한다.

#1.한국 영화 여름 시장 석권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은 지금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주름잡았다. 올해는 달랐다. '장화, 홍련''싱글즈''여우계단'이 줄줄이 6~8월의 정상을 차지했고 여기에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바람난 가족'이 가세했다. 7월 점유율이 45.9%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7%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뛰어오르는 성장세를 과시했다. 반면 할리우드 대작은 '매트릭스2-리로디드''터미네이터3''캐리비안의 해적'등을 제외하고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말이 되면서 충무로의 최대 관심은 과연 연관객 점유율 50%를 돌파하느냐에 쏠려 있다. 아이엠픽쳐스에 따르면 12월에 약 54%를 기록할 경우 '꿈의 점유율' 50%를 넘어서게 된다. 물론 쉽지 않은 목표다. 가장 큰 걸림돌은 17일 개봉하는 팬터지 대작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다. 최근 수년간 12월 관객 점유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 점도 다소 비관적이다. '낭만자객''해피에로크리스마스''실미도''동해물과 백두산이'등이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관건이다.

#2.'살인의 추억'돌풍

전국 관객 5백10만명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평단과 관객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작품이었다. 충무로의 코미디 편식증에 대한 우려를 일거에 씻어준 이 화제작으로 인해 미제(未濟)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었다. TV 코미디 프로마다 지능이 모자란 용의자 백광호(박노식) 흉내를 내기도 했다.

#3.인터넷 소설 스크린행

2001년 '엽기적인 그녀'와 올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대성공은 '인터넷 소설=흥행 보증 수표'라는 인식을 퍼뜨렸다. 현재 작가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늑대의 유혹'을 비롯해 이효리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삼수생의 사랑 이야기', 하지원.김재원 주연 '내사랑 싸가지'등이 내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하는 붐은 관객층의 연령이 10대로 낮아지는 추세와도 맞물려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4.스크린 쿼터 유지냐, 축소냐

국산 영화 의무상영일수(연간 1백46일)를 규정한 스크린 쿼터제를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영화계의 대립이 팽팽했다. 영화인들은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영화인 대책위원회(공동의장 정지영.안성기)를 구성해 정부에 맞섰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영화인들이 반대한다면 쿼터 축소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단락됐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5.'바람난 가족'인터넷 펀드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투자사가 외면한 영화를 일반 투자자의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했다. 3차에 걸친 인터넷 펀드 모집(20억원)이 총 네시간여 만에 마감되는 기록을 세운 이 영화는 수익률도 79.4%를 올리는 등 한국 영화 투자 방식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6.퓨전 사극, 관객과 通하다

이제껏 사극 하면 향토성 짙은 에로물이나 궁중 여인들의 암투가 주된 소재였다. 올해는 달랐다. '스캔들'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화면과 감각적인 대사로, '황산벌'이 영.호남 사투리를 이용한 역사 다시 보기라는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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