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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출신들 "꼬인다 꼬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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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인제

임창렬

손학규

‘국민과 당원들의 여망을 짓밟고 탈당한 원조 배신자와 모방 배신자.’

한나라당 박영규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2일 이런 논평을 냈다. 자기 당 공천으로 경기지사가 됐다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1대 민선지사)과 손학규 전 지사(3대)를 싸잡아 비판한 내용이다.

비리혐의로 법정에 선 2대 임창열 지사까지 경기지사 출신은 전부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임기를 마친 뒤 총리ㆍ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친 고건 전 총리나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의 이명박 전 시장 등 서울시장 출신들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그 원인을 경기도의 설움에서 찾는 시각이 있다. 경기도는 공무원 수, 지역내 총생산 등 여러 면에서 서울과 맞먹는다. 인구는 약 1110만 명으로 서울(1035만 명)보다 많다. 그럼에도 피해 의식이 크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도지사가 아무리 큰일을 해도 언론의 주목을 못 받는다고 토로한다. 이강석 서기관은 “지역 방송(TV)은 없고 중앙 방송에서는 잘 안 다룬다”며 “중앙 일간지도 무관심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서울시청 앞엔 잔디만 깔아도 기사가 나는데 경기도에선 산을 깎아도 보도가 안된다”고 했다.

손 전 지사 역시 재임 중 성과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것을 답답해했다. 김주한 공보팀장은 “파주 LG필립스 LCD 산업단지 준공 땐 노무현 대통령이 왔다고 대통령 행사로 보도되더라”고 말했다.

임 전 지사측 생각도 비슷하다. 송기출 전 정책보좌관은 “‘백남준 기념관’ 사업을 비롯해 중앙 언론이 신경을 썼으면 크게 빛을 봤을 사업들이 무관심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기억했다.

지역에서 밀어주는 것도 아니다. 1997년 대선 때 이인제 의원의 경기지역 득표율은 23.6%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9.3%에 한참 못 미쳤다. 경남(31.3%)ㆍ강원(30.9%)지역 득표율이 오히려 높았다. 고향이 경기인 손 전 지사는 22일 실시된 조인스 여론조사에서 경기ㆍ인천 지역 지지율이 7.2%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46.3%)의 6분의 1도 안됐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경기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위성도시 주민들은 경기도청이 아니라 서울 강남을 바라보며 산다”고 말한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는 “‘서울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편중이 심한 상황에서 경기지사의 불리함이 탈당까지 이어지게 했다는 추론은 나름의 개연성은 있다”며 “그러나 과도기적 현상으로 향후 격차는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경우 레이건(캘리포니아)ㆍ부시(텍사스)같이 큰 주의 지사 출신뿐 아니라 카터(전 조지아주지사)ㆍ클린턴(전 아칸소주지사)도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경기도는 중앙도 아니고 지방도 아닌 모호한 위상"이라며 “비록 서울보다는 불리하지만 그래도 다른 시ㆍ도보다는 유리하지 않으냐”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임자 탈당은) 경기지사 자리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며 "나는 절대로 탈당은 안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한나라당에 귀속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청, 터가 나빠서?
전직 지사마다 일이 꼬이자 경기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도지사 공관 터가 좋지 않다는 얘기까지 퍼진다. 현 위치가 과거 전염병 사망자들을 내놓던 곳이라는 소문이다. 산 사람을 위한 공간인 ‘양택(陽宅)’이 아니라 죽은 자의 자리인 ‘음택(陰宅)’이라는 설도 나온다. 그렇다보니 광교신도시로 도청사를 이전하면 운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들린다. 이계삼 광교개발사업단장은 “새 청사를 2012년까지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경기도의 상징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터가 안좋다는 얘기도 감안한 이전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건 모르겠지만 새 터를 잡을 때 풍수도 고려했는데 ‘금구(금으로 만든 단지)’라 좋다더라. 시민들의 정서도 중요하니까…”라고 답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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