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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너지 실현 핵융합장치 8월에 완성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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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사진=신인섭 기자

“정치는 잘 모릅니다.”(김우식)
“정치는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냥 관리, 관리만 해주시면 됩니다.”(노무현 대통령)

대학(연세대) 총장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변신했던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 그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술회한 노 대통령과의 면담 장면이다. 그는 “결국 ‘국가를 위해 봉사하십시오’라는 말에 (비서실장 직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청와대에 재직한 1년6개월 동안 그는 ‘관리형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의 ‘그림자’로 일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니까 대통령만 딱 앞에 서고 (비서실 관계자는) 전부 물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TV카메라도 일부러 안 찍히려고 피했어요.”

그런 그가 지금은 과학기술부총리다. 입장이 달라졌다. 소리 없는 역할 대신 드러내놓고 과학기술 전도에 나서고 있다. 한때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와 함께 총리 물망에 올랐던 그였다. 당시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 이름 빼라”고 했단다. “(참여정부가) 끝나는 시간까지 과학기술 전도사로 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부총리에게 과학기술계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있었던 국제핵융합공동실험로(ITER) 공동협정 서명에 참여했는데.

“미국 대통령 누구죠? (이 사업은) 레이건하고 러시아 고르바초프 두 사람이 돈을 내기로 하고 시작한 거 아닙니까.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하고 저하고 6개국 대표들이 엘리제궁에서 역사적인 서명을 한 겁니다. (집무실 벽의 사진을 가리키며) 제가 시라크 대통령 바로 옆에 서도록 대우받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역시 집무실에 전시된 모형을 가리키며) 뒤에 있는 케이스타(KSTAR,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장치) 때문입니다. 이미 97% 완성된 건데 올해 8월에 뚜껑을 엽니다. 그때 대통령 모시고 행사하려고 합니다. 12년 걸렸어. 정기형 박사가 연구해서 저기까지 오는 데. 우리 기초과학자들의 힘으로 된 것입니다. 그게 더 귀한 거고요….”

사진=신인섭 기자


-핵융합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요.

“핵융합로는 바닷물에서 중수와 중수소를 뽑아 융합시키는 거거든. 그러면 전기가 나오지요. 태양의 겉온도가 6000도인데, 저건 1억도예요. 일종의 인공태양이지요. 그걸 올릴 극한기술을 개발한 거요. 더 고마운 건 그런 온도를 커버할 재질을 우리가 만들었어요. 결정적으로 유리한 게 원료가 바닷물이라 안전해서 서울 한복판에 지어도 됩니다. 저기 고리(古里)니 어디 가지 않아도. 그게 가장 매력적인 거고. 허 참…. 그래서 꿈의 에너지라 하지 않겠어요? 추정하건대 2030년대 후반에 가면 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원자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데, 핵융합이 되면 또 30%를 커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텐데.

“유럽연합(EU)이 45%, 우리가 9%를 부담합니다. 1차적으로 8200억원 정도 되는데 우리는 저걸(KSTAR) 인정받았기 때문에 돈으로 안 내도 돼요. 현물로 6700억원어치 내고 나머지는 국내 연구진의 인건비로 들어가니까요. 상당히 파격적이죠. 다른 나라는 (돈을) 내야 합니다. 차세대 미래에너지로서 분명한 축을 이룰 거고, 원자력발전도 또 한 축으로 역할을 해야 되겠죠.”

-우주인 선발 대회 등으로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ㆍ희망이 높은데.

“2008년에 고흥 외나로도에서 자력으로 로켓을 만들고 쏴 올릴 겁니다. 우리나라 최초죠. 3000억원이 들어갑니다. 우주를 정복하는 국가는 세계를 정복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일본이 통신(정보)위성을 올린다고 하면 24시간 우리나라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주산업은 통신산업, 정밀기계 공업에도 파급 효과가 큽니다. 유인우주선 사업에 왜 200억원씩 들여서 이벤트 하느냐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인우주선을 타는 35번째 국가입니다. 세계적으로 420명 정도 탔는데 이제야 2명 들어가는 거죠. 젊은 학생들이 우주탐험의 꿈을 갖고, 만화 보게 되고, 그러면 좋은 효과 아닌가요?”

-포스텍 수석졸업자가 서울대 의대로 편입해 우울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의사만 못해도 적어도 ‘과학트랙에 태우면 이런 보장된 루트가 있으니 안심하십시오’라고 호소할 겁니다. 과학기술 트랙을 타라, 그러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한다…. 가령 유치원에는 신동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올해도 10명 뽑았죠. 중학교에는 과학영재교육원이 있습니다. (대상자가) 몇 천 명입니다. 과학고ㆍ과학영재학교에 대학교의 대통령 장학금만 해도 연간 650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직장에 갈 때 우리 출연연구소가 36개이니 2만여 명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개인기업 연구소가 22만 명인데, 전부 케어할 수 없으니 우선 출연연구소 소속 2만 명에 대해 우리가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구소장 월급도 올렸고, 성과급도 최대 20%까지 지급합니다. 개별 연구원은 정년이 61세인데 거의 3년 정도 정년을 연장해줍니다. 정년 퇴임하면 ‘테크노 닥터’ 제도(3년)에 의해 1주일에 두 번 출연연구소에 조언하게 하는데 국가에서 월 200만원씩 줍니다. 지난해 76명이 있었는데, 올해도 그 정도 규모죠. (사실상 정년이) 67세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사진=신인섭 기자

-중국ㆍ인도ㆍ일본ㆍ미국 속에서 우리가 샌드위치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과기장관 회의에서 산자부 장관에게 부탁했습니다. 일본과의 기술무역수지 적자폭이 늘어나고 중국과의 흑자폭은 줄어들고, 샌드위치인데 기술유출을 막자고요. 국정원에서도 애쓰고 있는데 저도 그 얘기 합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 4월에 (대책을)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기술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큰 회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서 중국 기술자들 수백 명을 교육합니다. 조선ㆍ철강ㆍ기계ㆍ자동차는 우리의 핵심기술인데 그렇게 열심히 기술을 가르치면 그게 유출 아닌가요. 그걸 알면서도 이대로 둬야 되는 건지. 언젠가 국무회의 때 얘기할 생각입니다. 나가서 공장 짓는 건 몇 년 걸리지만 기술은 몇 분이면 가버리는 거거든.”

-황우석 사건으로 과학논문의 표절, 연구윤리 등 문제가 떠올랐는데 이 사건에 대해 과학기술부가 어디까지 먼저 알고 있었나요.

“저도 정확하게 몰라서 얘기하기 뭐하고요, 다만 황우석 사건은 안타깝고 유감스럽지요. 그러나 팀이 해왔던 동물복제, 이러한 기술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특성으로 이뤄진 것이니 잘 보존돼야 합니다. 과기부가 ‘전적으로’(또박또박 힘을 주며) 지원할 것이고, 이미 하고 있습니다. 5월 줄기세포 융합단 사람을 바꿔서 5억원을 지원했고, 동물복제팀은 김대용 교수로 바꿔서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내가 1월에 서울대 수의대에 갔는데, 얼마나 달라졌나 보러 갔는데, 가서 감격하고 돌아왔어요. (연구원들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겠습니까.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늑대, 스누피 암컷도 복제해놓고…. 희망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지원할 계획인가요.
“그럼, 전적으로 지원해야죠. 그럼요.” 

정리=강민석ㆍ구희령 기자


김우식은 누구인가

상고(충남 강경상)를 졸업하고 이공계(연세대 화공과)를 나왔다. 특기는 합기도. 온건하고 합리적이면서도 강단 있다는 평을 듣는다.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엔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할 정도의 직언을 잘했다”(이진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고 한다. 김 부총리가 택시기사들의 상욕까지 여과 없이 전하자 노 대통령이 “실장님은 왜 그런 이야기를 제게 자꾸 하십니까”라고 역정을 낸 적도 있다.

1961년 삼호방직에서 기술직원으로 일하다 대학원에 진학, 68년 연세대 전임강사가 됐다. 80년대엔 학보사 주간과 학생처장을 지내면서 386 운동권 학생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2000년 직선총장에 뽑혀 해마다 700억∼80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40년 충남 공주 출생. 가족은 부인 손덕(64)씨와 1남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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