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입시방향 혼란없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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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2년 전기대학 학력고사 시험문제가 쉽게 출제되어 3백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대거 탈락되고 있음에 우려를 나타내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입시험이 끝나고나면 으레 어떤형태로든 문제가 제기되게 마련인게 우리네 교육풍토이긴 하지만 이번에 제기되는 문제는 출제의 경향이라는 매우 전문영역에 속하는 일이라서 찬반 자체가 엇갈리고 있다.
입시문제가 쉽게 출제되명 어떤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가. 이번 입시처럼 3백점 이상의 우수학생이 상당수 탈락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겨난다. 시험이란 우열을 가리는 변별력의 기준이고 이에 따라 난이도가 고루게 분포되어야 하는데 학업의 우열을 바르게 가리지 못하고 선지원을 한 우수생만 낙방하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상당수의 불합격자는 시험성적이 이만큼 좋은데 왜 떨어졌겠느냐는 심정적 불만감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낙방을 승복하려 들지않는 기분이 들 것이다. 뿐만아니라 합격선이 20점 내외의 큰 상승을 보이는 출제경향의 변화를 왜 미리 공식화시켜 입시지도에 반영시키지 않았느냐는 반발도 커질 수 있다.
입시문제란 쉽게 낼 수밖에 없다는 출제자쪽의 입장에서는 어떤 긍정적면이 있는가.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마친 입시생이라면 그중 60%가 합격선에 들게끔 하는 것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진 너무 어렵게 출제해서 이선을 유지못하다가 금년부터 그 수준에 가까워진 것이다. 변별력에선 중하위권 대학은 오히려 예년보다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문제는 일류대를 지망한 고득점자이지만 어차피 고득점자간의 경쟁이란 불가피한 것이다. 1만2천명 내외로 예상되는 고득점자는 전체 수험생의 2% 수준이니 이 또한 예년과 다를바 없는 고득점자간의 경쟁일뿐이다. 이상이 긍정적 측면이다.
94년부터는 내신성적+대학수학능력시험+본고사라는 새제도가 실시된다. 종래의 학력고사는 93년 한해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출제경향을 따진다해도 1회밖에 효력이 없다.
비록 한차례밖에 남지않았으나 입시생과 학부모로서는 내년 한해에 대한 공포는 더욱크다. 93년 교과서 개편이 있고 이어서 입시제도의 전면변화라는 과도기에 끼여든 입시생에겐 한차례의 기회밖에 없다는 배수진의 강박관념이 쌓여질 수밖에 없다.
큰변화를 앞둔 지금,시험의 난이도를 따지기에 앞서 내년도의 출제경향을 다시 한번 더 주지시킴으로써 과도기의 입시방향이 들쭉날쭉 하다든지,일관성이 없다든지 하는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될 것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기준에 이번 출제가 맞춰졌다면 이 기준은 내년도,나아가 향후의 대학수학능력 시험도 같은기준,같은흐름에서 출제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10여년간의 대입제도가 바뀌어지는 과도기 속에서 보다 치밀하고 상세한 입시가이드가 교육현장과의 연계속에서 혼란없이 이뤄져야할 것임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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