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증시] 최고 히트 금융상품 '주가연계증권(EL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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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은행이나 증권사의 지점 직원에게 올해 가장 인기를 끈 금융상품을 꼽으라면 두말 않고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품에 한표를 던진다. ELS란 투자액의 일정 부분을 주식 또는 옵션과 같은 주식파생상품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신종 금융상품이다. 은행에서는 주가연계예금(ELD)을, 삼성.LG 등 5개 증권사는 ELS, 투신에서 만들어 은행.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ELS펀드라 부르지만 이름만 다를 뿐 '세 쌍둥이'나 마찬가지다.

ELD가 최근까지 5조5천억원, ELS가 3조5천억원, ELS펀드가 3조9천억원 등 모두 12조원어치 팔렸다. 올 들어 주식형과 채권형 수익증권 수탁고가 3천8백여억원어치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ELS가 '최고의 히트상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인기 비결은=4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증권사의 ELS와 투신사의 ELS펀드는 출시 초기에 상당히 고전했다. 1월부터 은행이 내놓은 ELD가 시장을 선점해 이 상품들이 뚫고 들어갈 여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 문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게 오히려 ELS에는 득이 됐다. ELS의 최고 장점인 안정성이 부각된 것이다.

ELS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가 채권형이다. 채권형은 자금의 90~95% 가량을 국공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이어 주가가 일정 이상 오르거나 내릴 경우에 추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형태다.

예컨대 ELS를 운용하는 회사들은 국공채에 투자해 연 4~5%의 수익을 확보하고, ▶주가가 오를 경우 추가 수익률을 주는 상품에는 콜옵션(주가지수가가 상승하면 이익)을▶내릴 경우 풋옵션(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펀드 내에 편입시키는 전략을 활용한다. 특히 채권형 ELS가 인기를 끈 것은 많은 회사가 '원금 보장'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동원증권 등은 원금에 2~4%의 확정이자까지 지급하는 ELS를 내놓기도 했다.

◇종류도 다양해진다=ELS는 주로 주식편입 비율에 따라 채권형과 주식형, 수익률을 어떻게 확정짓느냐에 따라 넉아웃형.불스프레드형.디지털형으로 나뉜다. 특히 채권형이 주류를 이루는 ELS 시장에 최근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주식형 ELS가 늘고 있다. 최근 발매했던 코리아 주가연계펀드(KELF)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성장형 KELF는 주식편입 비율이 90%, 안정형은 50%에 이른다.

삼성증권도 주식편입 비율이 90%에 이르는 주식형 ELS를 판매했다. 채권형의 연 수익률은 많아야 10% 안팎인 반면 주식형의 경우 지수 상승률에 따라 20%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다. 다만 주식형의 경우 상품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KELF 등 주식형 상품의 대부분이 주식 파생상품을 활용해 일정부분 이하로 손실률을 제한시켰다는 점이 무한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주식형 수익증권과는 다른 점이다.

넉아웃형은 주가가 펀드 만기 전에 한번이라도 목표치에 도달(넉아웃)하면 확정이자가 지급되는 형태로 가장 인기를 누린 상품 형태다. 증권이나 투신사에서 '만기 전에 수익률 조기 확정'이라고 선전하는 상품들이 다 여기에 해당된다.

불스프레드형은 목표 수익률을 미리 정하는 대신 만기 때 주가상승률이 얼마인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형태다. 디지털형은 만기 때 주가가 목표치에 달성하면 미리 약속한 수익률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원금만 보장하는 상품이다. 목표치를 달성하느냐 안하느냐가 정보를 '0'과 '1'로 처리하는 디지털 방식과 닮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대우증권은 만기일의 예상 지수대를 8개로 나눠 주가지수가 선택한 구간 내에 들어왔을 경우 20~32%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로또 형식의 ELS를 내놓았다. 이 외에도 LG투자증권은 대부분의 ELS가 코스피200지수를 기준 지수로 활용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의 주가에 따라 특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개별종목 ELS를 선보였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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